[기자의 시각] 중앙지법원장의 출세 비결

조백건 기자 2021. 2. 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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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지난 2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면담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지용’이란 이름을 고위 법관 인사가 있을 때마다 찾아봤다. 김명수 사법부에서 반드시 출세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때가 되면 그와 관련해 취재했던 내용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일 자로 국내 가장 큰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원장으로 취임했다.

성 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만든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2017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조사한 1·2차 법원 진상조사위 위원이기도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휘말린 한 판사의 메모엔 성 법원장의 당시 행동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2017년 11월 20일.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성 법원장은 이 사건에 연루된 한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법원행정처 PC 개봉에 동의해달라. 동의 안 했다고 그냥 끝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때는 김 대법원장이 이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한 직후였다. 2차 조사위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쓴 비밀번호 걸린 업무 PC를 개봉해 그 안의 대외비 검토 문건을 전부 끄집어내려 했다. 행정처 판사들은 “불필요한 오해만 산다”며 개봉에 동의하지 않았다. 강제 개봉은 형법상 비밀침해죄 소지가 있어 김 대법원장에게 큰 부담이었다.

성 법원장은 집요하게 동의를 요구했다. 2017년 12월 13일 그는 이른바 ‘양승태 판사’ 중 한 명을 만나 “조사위에서 형사 고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왜 당신이 ○○○(판사 이름)와 똑같이 ‘적폐 3인방’으로 몰려야 하나. 법원과 대법원장을 위해 동의해달라”고 했다. 그는 15·16일에도 ‘동의’ 압박을 했다.

이 판사가 18일 동의하기 어렵다는 최종 의사를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한 걸로 적혀 있다. “(격앙해) 이제 나도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에게 당신과 행정처 간부 3명을 처분해 달라고 요구하겠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과 법관으로 함께 근무한 것이 수치스럽다.”

이 직후 그가 속한 2차 조사위는 행정처 PC를 강제 개봉했다. 그 안의 파일들이 공개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재판 거래’ ‘사법 농단’으로 둔갑했고, 김 대법원장은 들끓는 여론에 기대 이 사건을 검찰로 던졌다. 이후 성 법원장의 표현대로 ‘수치스러운 적폐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에 의해 ‘징계 처분’을 받고,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민주당에 의해 탄핵 소추되는 ‘극단적 조치’를 당했다.

그는 본지에 “적폐 3인방이란 말은 들은 적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장 등을 위한 일이라며 PC 개봉에 동의하라고 하고, 거부하는 선·후배 판사를 ‘적폐’라며 ‘형사 처벌’까지 언급했다는 기록 속 그는 판사라기보다는 ‘적폐 감별사’에 가까웠다. 그의 이번 영전은 친정권 검사들에게 요직을 나눠준 검찰의 ‘충성 포상 인사’와 정말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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