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71] 모기 떼가 모여 천둥소리 만드는 나라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1. 2. 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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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처럼회’라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검찰 개혁’을 내세우는 황운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어떤 소주 이름에서 따온 듯한 모임 이름에서 치기(稚氣)가 뿜어져 나온다.

이런 ‘처럼회’가 지난 8일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자며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해보는 짓인가 보다 하겠지만 이 정부 들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서 보듯 민생과는 동떨어진 고담준론 ‘이슈’가 실제로 법제화돼 눈앞에 등장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5·18 왜곡 처벌법’이 그랬고 지금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놓고 세몰이가 한창이다.

하긴 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이 만들어준 180석”을 내세운다. 그러나 민주 국가에서 다수당을 만들어준 것은 좋은 일에 힘을 모으라는 뜻이지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면허증은 아닐 것이다. 의원 한 명 한 명을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이지만 다수의 횡포나 폭주(暴走)까지 민주주의가 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수처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면 사실상 검찰은 유명무실한 기관이 된다. 또 그 정당성이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코로나에 지칠 대로 지쳐가는 국민들에게 과연 지금이 그런 문제를 던질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취문성뢰(聚蚊成雷) 중후표산(衆喣漂山) 붕당집호(朋黨執虎) 십부요추(十夫橈椎)라고 했다. 모두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에 나오는 중산정왕(中山靖王)이 한 말이다. 모기도 많이 모여 날면 천둥소리를 내고 거품도 많이 모이면 산을 떠내려가게 하며 패거리를 지으면 호랑이도 잡을 수 있고 10명 사내가 작당을 하면 쇠공이도 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저 책에나 있어야 할 거짓말 같은 사자성어들이 폐부(肺腑)를 찌르며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그런 일들이 지난 4년간 일상사처럼 일어난 때문일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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