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99] 걱정은 불안을, 긍정은 기적을 부른다
기분이 참 묘하다. 어디를 가든 내가 최초가 아닌가. 로버 밖으로 나가면? 그곳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간이 된다. 언덕을 오르면? 그 언덕을 오른 최초의 인간이 된다. 암석을 걷어차면? 그 암석은 백만 년 만에 처음 움직인 것이다. 나는 최초로 화성에서 장거리 운전을 했다. 최초로 화성에서 31일을 넘겼다. 최초로 화성에서 농작물을 재배했다. 최초로, 최초로, 최초로 말이다. - 앤디 위어 ‘마션’ 중에서
참 이상한 설날이었다. 햇빛이 봄처럼 밝아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새삼스러웠다. 5인 이상 모이면 불법이 되는 명절이기도 했다. 위반하지 않으려면 시간을 나눠 첫째네 가족이 부모님 댁에 들어가서 세배하고 나온 뒤 둘째네가 들어가고 그들이 떠나면 셋째가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더 이상했던 것은 중국을 향한 정치인들의 새해 인사였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했던 정권답게 국무총리 이하 국회의장과 경기도지사 등 일부 정치인들이 중국인에게 전하는 춘절 인사를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일본과 미국은 배척하면서 중국만은 살뜰하게 챙긴다. 그들은 정말 국익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인 걸까?
2011년에 출판되어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에서 우주비행사 마크는 우연한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게 된다. 당장 먹을 식량과 물은 있었지만 구조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마크는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 생존 방법을 찾아간다. 수없이 실패하고 절망하지만 원망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희망도 놓지 않는다. 그는 결국 549일 만에 귀환길에 오른다.
언제부턴가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나를 깨달으며 깜짝깜짝 놀란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나, 우울해진다. 그래도 화성에 장기 거주하는 최초의 지구인이라며 자신을 격려했던 마크에 비하면 운이 좋다. 마스크를 쓸지언정 숨 쉴 수 있는 지구에 있고 친구와 가족도 만날 수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나라를 살아가는 최초의 한국인 중 하나라는 자부심도 필요하다. 걱정은 불안을 부르고 긍정은 기적을 부른다. 더 큰 목소리로 희망을 이야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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