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좌우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아시나요?
몸 속 미생물의 95% 장에 서식
장내 세균 균형 깨지면 질병 유발
장 건강 위해 유산균 섭취해야
장내 미생물 치매·우울증과도 연관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몸속에 100조 개의 미생물과 그에 대한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세균과 균류, 바이러스가 포함된다. 손가락의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녔으며 이 차이에 의해 신체의 건강이 좌우된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입, 코, 피부, 장 등 곳곳에 분포돼 있지만 그중 95% 이상이 장에 살고 있다.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첫째는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외부 항원이 장 점막을 통해 유입되는데 장 점막의 외부층에 주로 분포하는 장내미생물이 음식물에 포함된 미생물에 대한 일차적인 방어기능을 담당하면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면역시스템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실제 신생아 시기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아 알레르기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장내 미생물은 뇌의 영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화기관과 뇌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특별한 신경세포와 면역경로인 ‘장-뇌 축(gut-brain axis)’으로 연결돼 있다. 자폐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신경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 간 상관관계를 밝히기도 했다. 뇌 안에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축적해 치매를 유발시킨 쥐의 장내 미생물군이 정상 쥐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치매 쥐에게 정상적인 쥐의 분변을 이식해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를 유도한 결과 뇌 안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이 감소하면서 전신 염증 반응이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장내 생존율이 관건, 프리바이오틱스가 보조 효과
장내 미생물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 식습관, 생활습관에 따라 개인별로 다양한 군집 구조를 갖는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쉽게 배탈이 나거나 살이 찌는 것도 이러한 장내 미생물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몸에 이로운 유익균 군집이 붕괴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서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아예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대변이식술(분변이식술)’이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유익한 균만을 선별해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널리 알려진 공인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방식의 치료법을 토대로 암, 치매, 간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변이식술의 번거로움, 부작용 등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신약인 셈이다.
평소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얻기 위해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서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젖산을 분비해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산성 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유해균은 감소하고 유익균은 증가함으로써 장내 균형을 맞춰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고를 때는 균수와 장내 생존율, 프리바이오틱스의 함유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위산과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살아있는 상태로 소장까지 도달해 장에서 증식하고 정착해야 한다. 균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식도와 위를 거쳐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장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력이 적용된 제품이 효과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증식을 위해서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하는 것도 좋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아하는 영양분이다. 일종의 먹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돼 유익균의 증식률을 높이고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제대로 살아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둘을 함께 배합한 제품은 시너지가 배가된다.
하지만 단기간 짧게 유산균을 섭취한다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유산균이든 효과를 보려면 한 달 이상 꾸준히 먹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프로바이오틱스 일일 권장량은 최대 100억 마리다. 과다 섭취 시엔 장내 가스 발생, 설사 유발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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