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나이 예순에 예순 번 생각을 바꾼 공자
[경향신문]
‘우보만리’라는 말이 있다. 느릿한 소걸음이지만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일의 완수는 속도보다는 성실이 관건이라는 통찰이다.
다만 굼뜸이 문제일 수 있다. ‘빛의 속도’가 상품뿐 아니라 삶의 경쟁력으로도 운위되는 시절이어서 하는 말이다. 우직한 소걸음에 무언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과연 무엇이 더해져야 소걸음이 21세기 디지털문명 시대에도 쏠쏠한 밑천이 될 수 있을까.
공자는 나이 예순에 예순 번 변하였다. 처음에 옳다고 여긴 바를 나중에는 그르다고 여겼으니, 지금 옳다고 여긴 바는 59년 동안 틀리다고 여겼던 바일 것이다. <장자> ‘우언’ 편에 실려 있는 장자의 증언이다. 그에 따르면 공자는 해마다 한 번꼴로는 자기 사유를 바꾼 셈이 된다. 곧 공자에게 한 살을 더 먹는다 함은 한 번 더 변한다는 의미였다. 나아가 공자는 그러한 변화를 육십 평생 동안 줄곧 감당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여 변화를 꾀하고 또 꾀하여 예순 번이나 변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평소 공자의 학설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던 장자였지만, 자신은 공자의 그러한 경지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며 크게 경탄했다. 자기를 계속 바꾸어 가려면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를 성찰함은, 또 이를 삶 전반에 걸쳐 꾸준히 실천함은 그야말로 성가시고 피곤한 일이다. 더구나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이익이 되지도 않는다.
이로움이 있다면 성찰을 토대로 변화를 자아내는 삶이 실패 확률을 줄여준다는 것, 또노쇠하여도 멋질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이다. 성공 못한 삶이 실패한 삶인 것은 결코 아니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실패하지 않은 삶을 ‘살아냄’은 그것만으로도 벅차게 기려야 할 성취다. 게다가 변화를 추동하는 삶은 나이 먹음을 추함으로 이끌지 않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변화할 줄 모름이 추함이요, 늙은 삶이라는 얘기다.
이것이 송구영신의 행간에 깃든 의미다. 겉으로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이지만 실질은 묵은 나, 그래서 변화가 필요한 나를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말이다. 변화를 일궈내는 소걸음이라면 해마다 거듭할 송구영신으로 그 삶은 뿌듯하게 깊어질 것이다.
김월회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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