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를 통해 배우는 대화법[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기존 소셜미디어가 한 사람의 글이나 사진, 영상에 댓글로 반응하는 구조였다면, 클럽하우스에서는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이용자들이 세 가지 역할을 오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행자(moderator)는 모임에서 이야기할 주제를 선정하고 대화를 진행한다. 진행자는 발언권을 주거나 뺏을 권한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을 공동 진행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발언자(speaker)는 ‘무대’에서 말할 권한이 있다.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또 다른 발언자에게 질문할 수 있다. 청취자(listener)는 무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하고 싶은 질문이나 말이 있으면 손을 들 수 있으며, 기회를 부여받으면 발언자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모든 사람은 그 방을 언제든 조용히 떠날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이처럼 방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해 아무 부담 없이 자유로운 편이다.
클럽하우스의 구조와 이들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꼼꼼히 읽어보면서 우리가 회의에서 대화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첫째, 통상 ‘높은 사람’이 회의를 소집하고 자신이 진행하면서 동시에 발언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회의에서 발언을 거의 독점하면서. 만약 당신이 속한 조직에서 회의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때로는 스스로의 발언을 줄이거나 삼가고 진행자의 역할만 하거나, 아니면 제삼자를 진행자로 지정하여 자신도 발언 기회를 진행자로부터 얻어 회의에 참여해 보면 어떨까. 물론 회의 목적이 자신의 지시 사항을 참석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면 이런 시도는 필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시사항 전달은 회의가 아닌 이메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만약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다면 진행 방식에 변화를 줘보자. 클럽하우스나 회의에서 진행자의 중요한 역할은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통상 외향적 선호도가 강한 사람은 회의에서 말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반면, 내향적 선호도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에 입을 열기 마련이다. 진행자의 가치는 조용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이끌어내어 회의 주제에 다수가 기여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둘째, 클럽하우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발언자는 언제 얼마만큼 말하고, 언제 조용히 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소통의 기술에서 매우 중요하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 역시 뛰어난 소통가는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회의에서 발언 기회를 독점하거나 다른 사람의 발언 기회를 빼앗는 것은 일종의 ‘소통 폭력’이다. 단순히 돌아가면서 발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각에 대한 또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 이어지면서 대화가 두터워지는 것이 좋은 대화와 회의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청취자의 역할이다. 훌륭한 발언은 훌륭한 청취로부터 시작된다. 잘 듣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할 이야기만 생각하기보다는 나와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뭔가 좋은 것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클럽하우스든 일하면서 경험하는 회의이든, 아니면 사적인 대화이든 소통에도 지수가 있다면 이는 참여자들이 서로가 ‘뭔가 좋은 것’을 갖고 있다고 기대하며 귀를 기울이는 정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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