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농업·농촌을 생각한다
[경향신문]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걸 삼켜버린 듯하다. 경제가 멈춰 서고 거리의 상점과 음식점엔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문화행사와 공연이 취소되고 전국 학교에서도 학생들 모습을 보기 어렵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축제도 미뤄졌다. 코로나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풍경들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데 바이러스 하나로 왜 이런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근원을 찾아가 보면 결국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다. 성장이란 이름으로 마구잡이식의 자연 생태계 파괴와 환경 훼손을 자행한 결과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에 따르면 1만여년 전 야생동물의 가축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인간사회에 전염병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벨탑을 향한 끝없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자연의 영역을 범(犯)해온 결과이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폭염과 가뭄, 홍수, 대형 산불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급기야 코로나19의 습격까지 받게 된 것이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데 대한 창조주 하나님의 분노인 셈이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을 회복시키고 인간은 그런 자연과 조화하며 살아야 한다. 성장은 필요하지만 절제된 방식이어야 하고, 자연 생태계의 조화와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그래야 성장도 지속 가능해지고 코로나 팬데믹 같은 지구적 재앙도 막을 수 있다. 정부도 서둘러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탄소중립(Net-Zero)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지금, 농업·농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업은 흙(토지) 물, 공기, 햇빛 등 자연의 요소와 에너지를 투입해 생명체를 생산해내는 산업이다. 숨쉬고, 생장하고, 병들고, 사멸하는 살아있는 동식물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생명산업이라고도 한다. 타 산업과는 다른 농업만의 특성이다. 자연과 생명, 이 두 단어가 농업을 규정하는 키워드다. 그래서 농업은 자연이자 환경이고, 또한 생명인 셈이다.
코로나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나마 농촌지역은 영향이 덜해 평상을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는 그만 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만연하는 밀접, 밀집, 밀폐된 도시와 산업현장의 좁은 공간으로부터 탁 트인 대자연의 농촌으로 눈을 돌려보자. 거기서 자연의 소리,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코로나로부터 좀 더 여유로워져 보자. 하긴 농업도 농약과 화학비료, 축산폐수, 비닐하우스 폐기물 등으로 생태계와 환경 파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개발이란 미명하에 농촌지역의 자연과 환경도 많이 훼손돼 가고 있다. 시커먼 아스팔트가 앞마당까지 깔리고, 동네 실개천도 콘크리트로 덮여 송사리 한 마리 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정책적 무지와 탐욕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농업의 공익적 기능 제고를 위한 보조금 정책이 새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자연이고 생명인 농업의 속성을 살려 환경과 자연 생태계를 회복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며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자는 것이다.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설령 종식된다 해도 유사한 사태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도 미래 인류가 직면할 제1의 위기로 전염병을 꼽았다. 자연의 질서 앞에 겸손히 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런 지구적 불행을 또다시 맞이할 것이다.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자연과 생명, 그리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이용기 | 영남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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