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독립성, 감사위원의 제1 덕목

2021. 2.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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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익 위해 소신 있는 주장 펼
신망 있는 전문가인지 살펴야
손성규 < 연세대 경영대 교수 >

상법이 개정된 이후 감사위원 선임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의 감사위원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이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각각 3%로 제한되고 최소 한 명 이상을 분리 선임해야 한다. 다수 기업의 감사위원이 3인이며 이들의 임기가 교차해서 만기가 된다고 하면, 올 주주총회만의 일회성 문제가 아니니 기업은 매년 동일한 문제를 안고 가야 한다. 분리 선임은 최소 한 명에 적용되니 감사위원의 경우, 한 명에 대해서만 분리 선임하면 되고 이렇게 선임된 감사위원 한 명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금년 주총은 개정 상법이 적용되는 첫해이니 특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감사위원 중 1인은 회계 및 재무 전문가라는 조건도 있고, 2022년 7월부터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를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포함돼 있어, 많은 기업이 적임 후보를 주총에 추천하는 데 적지 않은 고민을 했을 듯하다.

그러면 기업은 앞으로 어떤 후보를 선임해야 걱정이 없을까? 주총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모두가 공감하는 후보를 추천하면 된다. 이에 해당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개인을 놓고 보면 쉽지 않은 퍼즐을 맞춰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차원에서의 모범 답안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후보가 적임이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전문성은 학력, 경력과 자격증 등으로 그나마 판단이 가능하다. 독립성은 어느 후보자가 주주를 위한 또는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위한, 치우치지 않은 의사결정을 이사회·감사위원회에서 수행할지 사전에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상법에서의 주주소유주모델에 의하면 이사회·감사위원회는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수행해야 하며, 이해관계자모델에 의하면 이해관계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상법학자 간에도 이견이 있는, 이사회·감사위원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 감사위원이 중립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이 최대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신분과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는 작년부터 사외이사들이 특정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6년, 계열사까지 포함해도 9년으로, 선임될 수 있는 임기 기한이 정해졌다. 따라서 연임을 위해 최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경영 환경이 완전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조성됐다는 판단이다. 물론, 재임기간이 길수록 전문성이 제고되므로 이 제도는 전문성을 어느 정도 희생하면서도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다수 대기업에서는 사외이사 후보풀을 관리하며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누구나 각자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사리사욕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식회사의 사외이사라는 직(職)은 공공성을 위해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소신 있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누가 이런 자격을 갖췄는지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독립성은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후보자를 찾을 때 ‘인품과 경륜’이란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를 내세우기도 한다.

기업지배구조는 이론과 제도이지만 현업 실무에서의 적용이 더 중요하다. 사외이사로,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인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자신이 사외이사·감사위원을 맡은 회사에서 각자의 직분을 투명하고 신의성실하게 수행할 때, 주식회사의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기업은 이런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주총에 내세울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다수가 동의하는 신망 있는 후보자라면 주총에서 주주들이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본인이 쌓아 놓은 명성에 누가 되는 행동을 하지 못할, 평판과 덕망을 가진 후보자들은 공익을 위해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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