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사법부도 정치의 영역 안에 존재한다

2021. 2. 17. 0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회가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고, 이와 관련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언행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관심 혹은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각 사안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와 별개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일련의 사태가 왜 발생했고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짚어보는 작업일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법원기. 배우한 기자

국회가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고, 이와 관련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언행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관심 혹은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각 사안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와 별개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일련의 사태가 왜 발생했고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짚어보는 작업일 것이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번 사태가 가지는 의미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사법부의 중립성에 대한 일종의 신화가 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규정은 법원의 판결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따라서 그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는 과장된 믿음을 만들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 자체가 다양한 생각과 의견 간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며, 하물며 개별 법관의 양심은 각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배경과 그에 따른 정치적 성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사법부 역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기관이며, 따라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평가 역시 각자가 처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사태는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애써 외면하려 했던 현실을 드러내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두 번째로 사법부가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은 사법부도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사법부의 독립성도 모든 정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의 한계 내에서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는 단순히 권한의 독립적 행사에 대해 제한을 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러한 행사가 정치적 정당성을 가지고 이루어지며 결과에 대해 주권자에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특히 사법부는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정치적 책임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는 사법부가 다수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사법부의 결정이 정치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성을 더욱 커지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사태가 가지는 세 번째 의미는 특정 판사 개인의 거취와는 별개로 과연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에 의한 법관의 탄핵은 가장 극단적인 최후의 절차이며, 또한 그렇게 남아 있어야 한다. 대신에 앞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법부의 판단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합의와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며, 나아가 앞으로 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좁혀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불가피하게 다양한 정치적 논란을 수반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치의 논리로 풀려고 하는 자세가 위험한 만큼 혹은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정치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서도 정치와 무관한 듯 정치를 내려다보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