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窓)]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정치적 용단

2021. 2.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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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한일관계는 구조적 장기악화의 국면에 들어갔다.

한일 갈등의 단초는 일제하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1년여 잔여 임기 내 최우선 외교 과제로 한일관계의 복원 추진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있다.

복합 골절 상태에 빠진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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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복원은 최우선 외교과제
징용·위안부문제 수습책 모색 불가피
물질적 배상요구 영구포기 검토해야
©게티이미지뱅크

2010년대 이후 한일관계는 구조적 장기악화의 국면에 들어갔다. 한일 갈등의 단초는 일제하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다. 한국 사법부는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저지른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해 사죄와 배상 의무를 이행할 것을 판결했다. 한국정부는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일방적인 해산조치를 감행하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을 추궁했다. 이에 일본정부는 적반하장식으로 국제법 위반 사태를 시정하라고 항변하며 한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서슴지 않은 반발을 하고 있다.

2018년 이후 한일관계는 바야흐로 과거사 문제를 넘어선 전방위적 갈등으로 확대되었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통한 무역보복에 나섰고 한국은 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동해 바다를 둘러싼 갈등의 파고도 높아졌다. 양국 해군은 제주 관함식 참여와 초계기 사격관제 레이더 문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격돌을 벌였다. 북핵 문제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도 한일 간의 온도 차는 격심해졌다. 한일 갈등은 국민 레벨로 확산되었고 양국 정부는 반일과 혐한 감정을 정치 목적으로 악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1년여 잔여 임기 내 최우선 외교 과제로 한일관계의 복원 추진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의 토대 위에서 해법'을 추구하고 징용문제에 대해서는 강제집행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언명했다. 복합 골절 상태에 빠진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전략 환경의 급변은 더 이상 한일의 무한 대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은 시급한 외교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첫째, 한일관계 복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시의적절한 화답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바이든 행정부는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민주 연대와 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한미일 3국 공조체제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도발 위협보다도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안보동맹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를 재가동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 위해 대일정책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즉, 도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미협상을 촉진하고 북일관계의 해빙시키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의 극적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으로 간주되던 일본을 한반도 문제를 푸는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가히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 축을 활용하여 워싱턴과 베이징, 평양을 움직이는 광폭 외교의 구사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현실적으로 한일 간 복합 갈등을 푸는 열쇠는 당면한 징용, 위안부 문제의 수습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역사 문제와 기타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외교를 추구해도 '원 트랙'으로 돌진해 오는 일본의 태도로 말미암아 관계 개선은 요원하다.

필자는 대일 과거청산 방정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길 요망한다. 대일 과거사 외교의 목표가 식민통치에 대한 전면적 배상청구가 아니라면, 차제에 물질적 배상요구를 영구히 포기하는 정치적 용단을 내렸으면 한다. 다만, 이 경우 이미 사법부가 판결한 징용피해자의 구제는 대위변제 방식으로 풀고 위안부 피해자 배상은 2015년 위안부 합의 시 일본 정부가 지급한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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