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조율하려던 신 수석, 박 장관 '패싱'에 폭발
[경향신문]
윤석열 총장과 친분…‘추라인 교체’ 검찰 의견 전달한 듯
문 대통령, 사의 반려 가능성…박·신 ‘교통정리’에 주목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두 달도 안 돼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 7일 검사장급 인사의 후폭풍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이 인사 과정에서 검찰 측 의견을 전달하려는 신 수석과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검찰 인사를 결정, 발표한 데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퇴임 이후 수그러들었던 검찰 갈등이 박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재현된 셈이다.
박 장관은 휴일인 지난 7일 검사장급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충돌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됐다. 또 추 전 장관을 보좌하며 윤 총장 징계 과정을 주도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라임자산운용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장관 고교 후배인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심 국장과 교대해 검찰국장을 맡게 됐다.
윤 총장은 인사 대상 4명 중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을 야기한 이성윤 지검장 등 일부에 대한 교체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 윤 총장을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신 수석도 검찰 측 의견을 전달하며 박 장관과 조율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장관은 신 수석과 최종 협의 없이 인사를 발표했고, 윤 총장도 발표 직전에 자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인사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신 수석은 현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검찰 내부 사정에 밝고 윤 총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수석을 기용한 것도 장기간 이어진 검찰과 법무부 간 갈등을 수습하고 검찰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박 장관이 사실상 신 수석을 ‘패싱’하고 인사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임명된 지 두 달도 안 돼 사의를 표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의 전격적인 인사 발표가 대전지검이 지난 4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정면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졌고, 이로 인해 박 장관이 ‘강공책’을 썼다는 것이다.
여권 내에선 문 대통령이 신 수석에 대한 신뢰가 깊은 만큼 사의를 반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수석은 16일 청와대에 정상출근해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인사를 두고 갈등이 불거진 만큼 문 대통령이 향후 박 장관과 신 수석의 관계를 어떻게 교통정리할지도 주목된다. 당장 이르면 이달 중 예정된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 검찰 측과 신 수석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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