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지방자치 부활 30년과 보궐선거
코로나에 쓰일 수백억 예산 낭비
원인 제공한 與·정부는 실언 계속
주민 행복 지킬 후보자 잘 찾아야
올해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1952년 지방의원 선거를 실시하면서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순탄할 것 같았던 지방의회는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더 이상 시행하지 못했다. 이후 1991년 지방의회 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재출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렵게 시작한 주민자치가 우여곡절 끝에 30년을 맞았다는 점에서 올해는 주민자치가 성숙기에 접어드는 의미 있는 해이다.
선출직의 낙마로 인한 재보궐선거는 혈세 낭비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는 4월 7일 실시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는 838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축하해야 할 2021년이지만 ‘역대급 광역단체장 보궐선거’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에 빛이 바랬다.
서울시장 자리는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를 지낸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다음 날 극단적 선택으로 공석이 됐다. 부산시장 자리 또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해 4월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자진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오 전 시장은 검찰 수사결과 문제가 된 성추행 말고도 한 차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서울과 부산시장이 부하 여직원 성추행이라는 똑같은 이유로 물러난 사태를 본 국민들은 단체장의 민낯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은 6년 전 지방자치의 안착을 위해 선출직의 비리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당헌에 담았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획기적인 내용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재보궐선거의 원인제공 정당과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까지 밝혔었다. 그만큼 단체장의 책임을 강조한 정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선 전초전이라고 일컬어지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당헌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국민들에게 보란 듯이 발표하고 약속한 내용을 슬그머니 없앤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양 도시의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박·오 전 시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민들의 귀를 의심할 실망스러운 언행을 일삼았다. 지난해 11월 이정옥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은 4월 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는 막말로 비난을 자초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 전 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의당 수석대변인마저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보궐선거를 두고 여가부 장관이 사실상 두둔에 가까운 궤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듣도 보도 못한 ‘피해 호소인’으로 한동안 지칭해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보궐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유권자들은 누가 더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세금을 제 돈처럼 선심 쓰듯 낭비하거나 성추행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후보자는 주민을 위해 봉사할 자격이 없다. 보궐선거가 없었다면 수백억원의 예산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쓰였을 것이며 행정력 낭비도 없었을 것이다. 주민이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는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단체장 자리를 권력욕만 앞세운 후보에게 맡겨서는 주민행복을 누릴 수 없다.
박연직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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