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5분 안에 행복해지는 장소 있나요

남상훈 2021. 2. 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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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고 그곳에 가면 행복해지는 장소가 있다.

특히 동네에 두세 곳 그런 곳이 있다면 행복은 아주 가까이 있는 셈이다.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5분 안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장소에는 이름 있는 재력가가 아닌 청년 셰프들이 있고 국숫집 아주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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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고 그곳에 가면 행복해지는 장소가 있다.

특히 동네에 두세 곳 그런 곳이 있다면 행복은 아주 가까이 있는 셈이다. 집 근처에 식사와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코로나19로 잔뜩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사르르 풀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늘 식사와 영화도 나무랄 데 없지만 그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 덕분이다. 그곳은 오픈키친으로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훤히 다 보인다.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청년들이 깔끔하게 흰 셰프복을 입고 흰 주방용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오랜 시간 지켜봐도 한결같다. 잡담 한 마디 하는 법이 없고 멈춰 서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일도 없다. 맡은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다. 채소를 다듬는 일, 스프를 끓이는 일, 고기를 손질하는 일,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몰두하는 모습이 진지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방금 본 명화의 한 장면보다 더 감동스럽다.

동네 친구 미진씨는 재래시장에서 행복해진다고 고백했다. 미진씨는 종종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나른함에 빠져서 우울할 때 가까운 재래시장으로 달려간다. ‘휘이’ 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어김없이 4000원짜리 잔치국수를 사먹는다. 재래시장, 그곳에는 나태함과 무력함을 시원한 물 한 바가지로 쓸려 보내는 눈부신 생동감이 있고 언제나 명랑한 하이 톤으로 응원해주는 국숫집 아주머니가 있다.

“얼굴이 왜 또 그 모양이야? 공짜로 사는데 감사할 일 천지지. 자, 이거 서비스다.” 새우튀김 하나를 국수 위에 얹어주는 아주머니는 치매 걸린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있다. 아주머니의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일어서면 미진씨는 든든한 포만감으로 괜히 행복해진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목표가 되는 직업도 있고 꼭 도달하고 싶어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 사회적 지위도 있다 그러나 모두 부러워하는 상위의 직업군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결코 아니다. 물론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기쁨을 느끼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거기다 다른 사람까지 행복을 느끼게 한다면 그건 연봉 얼마로 계산할 수 없는 최고의 직업이다. 단 한 사람도 꾀부리지 않고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자처럼 정성껏 자신의 음을 내는 압구정동 젊은 셰프들로 나는 행복하고 자신의 힘듦에 무게를 두지 않고 지친 손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공짜인생 신나게 살자며 넘치도록 그릇에 국수를 담는 국숫집 아주머니가 있어서 내 이웃 미진씨는 행복하다.

미국의 사상가 겸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5분 안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장소에는 이름 있는 재력가가 아닌 청년 셰프들이 있고 국숫집 아주머니가 있다. 그들은 오늘도 진정한 성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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