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채권금리·유가·농산물값.. 인플레 전조인가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눌려 있던 물가가 한꺼번에 폭발할 전조 증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돈풀기에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잔뜩 부풀어오른 데다, 최근에는 금리, 유가, 원자재 가격 모두 오름세가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곧 닥칠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치솟는 유가와 금리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 대비 1.1% 상승한 배럴당 60.10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60.95달러까지 치솟은 WTI 장중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1월 8일 이후 최고치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도 16일 오후 3시30분 63.48달러에 거래되며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건, 강력한 한파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고 대규모 정전 등으로 정유시설 가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 요인을 빼더라도 올해 들어 25% 가량이나 뛴 유가는 상승폭이 심상치 않다. 실제 최근에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과 중동지역 불안이 국제유가의 하단을 떠받치고 있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장기 국채금리는 대체로 경기 기대감과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감 덕에 최근 유난히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2일 1.2%로 마감한 데 이어 16일 한 때 1.25%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우리나라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도 장중 1.87%까지 치솟아 2019년 5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덩달아 오르는 물가
국제유가 오름세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공장 가동 비용, 전기요금 등을 올리면서 결국 소비자의 체감 물가를 높이게 된다.
작년 말부터는 곡물가격도 오르고 있다. 최근 옥수수 가격은 작년보다 40% 이상, 대두(콩)는 54% 올랐다. 곡물가격 인상으로 이미 식품업계에서는 두부와 빵, 음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런 곳곳의 물가 상승세와 금리 상승은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향후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은 12일 기준 2.21%로, 2014년 이후 최고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 Fed)가 "완전고용이 달성될 때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비해야 하나
사실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각국 중앙은행은 매년 2~3%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목표 삼아 통화정책을 펼친다.
문제는 실물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와 금리만 과도하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많은 한국은 특히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시장의 전망은 갈린다. 전례없는 유동성이 풀린 상황에서 올해 경제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고용 부진으로 물가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6일 "신흥시장 인플레이션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는 지난주 "앞으로 1년간 인플레이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리플레이션' 국면이 예상된다"며 "물가가 시중금리 등을 자극해 주가 등 자산가격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미 연준이 2% 내외의 물가 상승은 용인하겠다고 한 만큼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은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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