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근거는 '개인 블로그'..저널 '출간연기' "수정도 가능"
[앵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을 맺은 매춘부'라고 주장한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
KBS가 살펴보니 개인 블로그를 근거로 사용하고, 증언을 짜깁기하는 등 연구 데이터 자체가 의심스러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논문을 싣기로 한 저널 출판사는 KBS에 필요하다면 논문 관련 기록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워싱턴 김양순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근거 자료가 없거나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라고 볼 수 없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쏟아진 동료 교수들의 비판입니다.
[석지영/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 "램지어 교수는 근거가 전혀 없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위안부 여성들과 위안소 운영자 간의 계약이 있다는 주장을 입증할 수있는 어떠한 문서도 인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참고문헌에 실린 KIH. 한국역사연구소라고 되어 있지만, 클릭해보면 극우 인사들의 발언만 모아 영어로 번역해 놓은 블로그입니다.
학계에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설 블로그를 버젓이 주요 논거로 사용한 겁니다.
[전우용/역사학자 : "이것은 학문적으로 검증된 자료도 아니고 개인의 견해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있다 정도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논거로 삼았다면 학문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방식이죠."]
위안부 피해자 문옥주 할머니의 기록은 크게 왜곡됐습니다.
열여섯살 일본 헌병에게 잡혀 강제로 미얀마까지 끌려간 것은 무시한 채팁을 받아 저축을 하고 쇼핑을 했다는 증언만 부각시켰습니다.
문 할머니는 일본 정부로부터 저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1996년 사망했습니다.
[이정실/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이사장 : "다 무시하고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가져다가 새롭게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일본 우익들이 만들어놓은 정책적으로 만든 전략을..."]
이런 가운데 저널 출판사인 엘제비어 측이 처음으로 KBS에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논문의 출간이 당분간 연기됐다며 논문에 대한 우려와 비판, 답글도 같이 인쇄해 사안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논문 출간 이후에도 문제제기가 계속된다면 학자들에게 논문을 추가로 검토받은 뒤 관련 기록을 수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출간 일정에 변동이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하버드대 교지 크림슨도 저널의 출간 연기를 보도했습니다.
미주 한인단체들은 해당 저널과 하버드 대학 로스쿨, 그리고 램지어 교수 본인에게 역사적 근거를 담은 편지를 계속 보내 끝까지 사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한규석/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최민영/자료조사:김경연
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