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온 시민 등 조문객 많아 한때 줄서 기다리기도..장례식장 벽엔 '노나메기 세상 건설' 등 추모 메시지 가득
[경향신문]
백기완 선생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는 장례 이틀째인 16일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일찍 자녀와 함께 온 시민부터 각계 인사까지 추모 행렬은 계속됐다.
경기 양주시에서 온 박해정씨(71)는 기자에게 2017년 촛불집회 당시 효자동에서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민중운동가인 고인에게 항상 빚을 진 기분으로 살았다는 그는 “이날이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식사라도 대접해드리는 건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순희씨(67)도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던 시대에 목숨 걸고 민주화운동을 하신 백 선생님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이유경씨(57)도 2009년 통일문제연구소에서 고인을 만난 인연을 떠올렸다. 그는 “슬픈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백 선생님 뜻에 따르는 분들을 만나 오히려 따뜻한 힘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빈소를 찾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한때 조문객으로 붐벼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줄이 길어지기도 했다.
각계 인사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1987년 고인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대학생으로서 자원봉사를 했다. 저에게는 스승과도 같은 분”이라며 고인과의 인연을 밝혔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어려울 때 항상 힘이 되는 동지 역할을 해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낙연·김태년·우원식·김두관·양향자·이형석 민주당 의원,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가수 전인권씨, 영화감독 임순례씨,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도 빈소를 찾았다.
빈소에서는 다양한 악기로 연주한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다.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3층 벽은 ‘노나메기 세상 건설’ ‘편히 잠드소서’ 등 조문객들이 적어 붙인 추모 메시지로 가득 채워졌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이다. 대학로 거리와 시청앞 광장에서 노제와 영결식을 각각 치른 뒤 장지인 경기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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