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유치원 무상급식 시대 열자"

이성희·류인하 기자 2021. 2. 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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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올해 초·중·고 실시 맞춰 도입" 시에 제안
연 1천억원 예산 문제..시 "자치구, 감당 가능할 지 검토"
시장 후보들에도 "공약 검토를"..선거 국면 활용 눈총도

[경향신문]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 관내 모든 유치원에도 무상급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는데, 이참에 2023년 도입을 추진 중인 유치원 무상급식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각 후보들에게 유치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검토해달라고 했다.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선거 국면을 활용하려는 셈법인데, 보편적 교육복지를 위해 유치원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당위와는 별개로 예산 문제로 인해 조속한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관측이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유치원 안심급식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유치원 무상급식 시대를 열자”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서울시에 제안하는 형식을 빌렸으나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여야 후보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올해 새롭게 선출되는 서울시장은 유치원 무상급식에 대해 최우선 의제로 선정해 서울시교육청과 조속히 협의의 틀을 마련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도 “서울시장 후보 누구든지 유치원 무상급식을 해달라는 제안 차원”이라고 했다.

교육계도 유치원 무상급식 필요성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특히 올해는 서울에서 초·중·고교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된다. 1348개 학교에서 83만5000여명의 학생이 무상으로 급식을 먹는다.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국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한 지 10년 만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지역 유치원생 7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식품비와 인건비 등 연간 1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초·중·고교 무상급식은 서울시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각 자치구가 20%를 부담하는 구조다. 무상급식이 확대될 때마다 자치구들은 재정 부담을 호소해왔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도 중앙정부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게 현실이다. 서울시교육청 다른 관계자는 “유치원 무상급식 시 예산 분담 비율 등은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와의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협의하면 된다”며 “예산 확보야 전체적인 (여론) 방향이 그렇게 흐르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날 제안은 선거국면을 활용한 여론전인 셈이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바가 없어 어떠한 의견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평생교육국 관계자는 “동의 여부를 떠나 지원 가능 여부도 검토한 바가 없다”면서 “시는 차치하고라도 자치구가 유치원 무상급식까지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대규모 예산을 들여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사전 논의를 거쳐 발표해왔다. 하지만 이번 제안은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서울시교육청이 언론을 통해 알린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발표한 ‘유치원 안심급식 종합계획’은 2025년까지의 안전한 유치원 급식을 위한 중점과제를 담은 것이다.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유치원 급식이 학교급식에 포함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서울 유치원 779곳 중 공립유치원 254곳과 사립유치원 260곳에 영양교사 및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안심급식 지원단’을 운영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성희·류인하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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