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참아라!"..학폭 묵인·방조·은폐 '침묵의 카르텔' 깨야!

이준희 2021. 2. 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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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체육계 학교 폭력 논란, 오늘(16일)도 보도 이어갑니다.

이재영, 다영 자매 사태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미투, 계속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또다른 프로여자배구선수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까지 수시로 들었다는 내용입니다.

봇물 터지듯 이런 고발이 이어지는 건 상처입은 사람이 많고, 상처도 깊다는 걸 보여줍니다.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하게 노력해달라"

문재인 대통령도 문제 해결을 거듭 당부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학생 선수의 징계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 등을 교육부 등과 협의했습니다.

배구계도 학교 폭력 가해자는 프로선수가 될 수 없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런 제도적 뒷받침, 중요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선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간 학교 폭력의 그늘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성적 지상주의, 또 폐쇄적 합숙문화를 통해 만들어진 침묵의 카르텔, 이번엔 깰 수 있을까요?

이준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남자 배구 선수 송명근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 A씨.

당시 A씨는 지도자에게 폭행 사실을 곧바로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감독은 배구부가 해체될 것을 우려해 조용히 덮고 가자는 뜻을 전했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인 팀 내 에이스 송명근을 보호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심지어 부모도 자식의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침묵을 권했습니다.

A씨는 당시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던 엄마의 말을 들은 게 가장 후회 된다고 고백합니다.

2019년 인권위 학생 선수 실태조사.

"뼈 부러지는것 아니면 그냥 참아라. 너도 나중에 후배들한테 그럴 수 있지 않느냐."

"네가 잘했다면 맞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냐, 다음부턴 똑바로 해라."

일부 부모들은 자식의 고통을 성공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처럼 폭력에 대한 묵인과 방조, 은폐를 더 공고하게 하는 것이 학교 운동부의 폐쇄적 합숙입니다.

학교 체육진흥법에는 학교장이 학기 중 상시 합숙 훈련을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전국 초중고 중 41% 정도가 지금도 합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 선수 B 씨/음성변조 : "합숙하면서 운동 끝나고 형들한테 샤워장 가서도 머리도 박고, 배트로도 맞고 그랬었죠. 24시간 내내 형들하고 붙어있고 하니"]

[허정훈/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 "잘하는 선수 중심으로 지도자는 묵인하고 때때로 조장하기도 하고 인권에 민감했더라면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성공을 위해 내 고통은 참고 동료의 아픔도 모른 척하라고 강요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것이, 지긋지긋한 폭력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라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준희입니다.

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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