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일자리 55만명 늘었지만 장기 일자리 120만명 줄어
[경향신문]
한경연 ‘2020년 고용지표’…청년·고졸에 ‘고용 질 악화’ 집중
고용원 없는 ‘나홀로 사장’ 급증…‘그냥 쉬었음’ 237만명 달해
지난해 한국의 고용 지표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인 지표뿐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가 급감하고 청년층과 고졸 학력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등 총체적으로 고용상황이 후퇴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20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데이터 등을 활용해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한경연 분석 결과 지난해 고용 특징은 역대 두 번째로 심각한 주요 고용 지표, 일자리 질 저하, 취업자 고령화, 고졸 일자리 타격, 비경제활동인구 급증 등 5가지로 정리된다.
대부분의 일자리 지표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가장 나빴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대비 17만4000명 줄어들었는데, 1998년(35만400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었다. ‘취업자 수’ 감소 규모도 21만8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감소폭(8만7000명)의 2.5배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체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1998년, 199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급감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는 늘어나는 등 질적인 고용상황도 악화됐다. 지난해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2011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20만3000명 줄어들었다. 이 역시 1998년 165만명 감소에 이은 사상 두 번째 감소폭이다. 단시간(주당 36시간 미만) 일자리 취업자는 오히려 55만4000명 늘어난 595만6000명이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즉 ‘나홀로 사장’은 전년 대비 9만명 증가했다. 반면 직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 감소했다. 그만큼 ‘있던 직원을 내보내고 홀로 사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취업자의 고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취업자 수가 증가한 연령대는 ‘60세 이상’(37만5000명)이 유일했다. 연령대별 취업자는 2004년 이후 계속 4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50대 취업자(635만6000명)가 사상 처음으로 40대 취업자(634만6000명)보다 많았다. 교육 정도별 격차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1000명이 줄어들었지만, ‘고졸’은 실업자가 3만2000명 늘어나 전체 실업자 증가의 약 70%를 차지했다. ‘중졸’ 실업자 수도 7000명 증가했다.
취업자와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677만3000명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45만5000명 늘어난 것으로 2009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었다. 이들 중 ‘그냥 쉬었음’ 인구는 237만4000명, 구직단념자는 60만5000명으로 모두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였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2.8%)에 비해 20대의 증가율(7.5%)이 특히 높아 청년 고용 문제가 한층 심각해졌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공공부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경제 활력 제고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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