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판단 받아보자"

이용수 할머니, 한·일 정부에 공개 제안
외교부 "신중하게 검토"

[경향신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3·사진)가 위안부 문제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판단받아보자고 한·일 정부에 공개 제안했다. 피해 당사자인 이 할머니의 요청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ICJ 회부 방안이 처음으로 공론화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 대표인 이 할머니는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엔 재판소에서 국제법으로 위안부 문제를 판단받게 해달라”면서 “이제 국제법으로 정식으로 인정을 받아서 일본이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허튼소리를 못하도록 해달라.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우리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향해서도 “우리 같이 (ICJ에) 가자.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똑바로 밝히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양국이 책임을 갖고 국제재판소에 가서 완전한 해결을 하고, 양국 간 원수 지지 말고 친하게 지내야 할 것 아닌가. 언제까지 이렇게 으르렁대기만 할 것인가”라며 “판결을 받아 완전한 해결을 짓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에는 이 할머니와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과 위안부 증언 기록 프로젝트 ‘영원한 증언’ 제작을 주도한 김현정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행동(CARE)’ 대표, 서혁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가 참여하고 있다. 김현정 대표는 “(ICJ 제소가) 일본의 공식 인정과 사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미 설 전에 여성가족부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대통령에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의 입장을 조금 더 청취해 보고자 한다”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는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