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과 '거리' 두고 인권 이슈 침묵·회피
본선 갈수록 논란 커질 듯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첫 TV토론에 나선 예비후보들 입에서 ‘박원순’은 거론되지 않았다. ‘박원순 소환’에 부담을 느끼는 우상호·박영선 후보는 ‘인권’ 이슈에 민감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권 이슈는 선거 발생 책임과 맞물려 본선으로 갈수록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5일 MBC <100분 토론>에서 진행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첫 TV토론의 특징 중 하나는 ‘박원순 지우기’다. 토론회 내내 두 후보 입에서 박 전 시장 관련 발언은 단 두 번 나왔다. 우 후보만 “박 전 시장 서거로 재·보궐선거가 이뤄지는 점에 대해 송구하다” “2018년 박 후보는 박 전 시장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왜 유독 강남 개발계획을 발표하냐’고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아예 언급을 안 했다.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박 전 시장을 거론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후보가 인권 이슈 자체에 민감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 후보는 ‘박 전 시장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박 후보는 ‘과거 차별금지법 반대 발언’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양측 모두 TV토론에서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우 후보는 전날 CBS 라디오에서 ‘2차 가해 논란’ 질문이 계속되자 “그만하시죠.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선을 그었다. 박 후보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퀴어퍼레이드 행사 관련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차별금지법에는 달라진 입장을 밝혔지만 ‘성소수자’로 집중되는 주제에 침묵한 것이다.
두 후보의 TV토론 공방은 도시·부동산 공약에 맞춰졌다. 우 후보는 박 후보의 ‘21분 콤팩트 도시’ 방안에 “서울시 대혼란이 될지 걱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우 후보의 한강변 주택공급 공약을 두고 “상상하면 질식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지율에서 밀리는 우 후보는 박 후보에게 공격적으로 질문한 반면, 박 후보는 자신의 정책 설명에 집중했다. 박 후보 측에서는 “우 후보에게 의외의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TV토론 다음날인 16일 박 후보는 ‘민주당답지 않다’는 우 후보의 비판을 반박하며 긴장감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YTN 라디오에서 “가장 민주당다움은 혁신을 통해 일신우일신하고 품이 큰 민주당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후보는 ‘21분 원스톱 헬스케어’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하고, 우 후보는 학교 돌봄현장을 방문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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