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내가 매듭짓고 싶어"

오경민 기자 2021. 2. 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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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인터뷰

[경향신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쓰다듬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30년간 바뀐 건 없는데
이젠 세월이 안 기다려줘
먼저 간 할머니들 만나면
내가 무슨 말을 해주겠나
문 대통령과 만남 원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3)는 1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면서 “(위안부 문제 제기의) 시작을 돌아가신 김학순 할머니가 했다면, 마무리는 이용수가 하고 싶다. 최후의 최후로 생각한 게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묘사한 논문을 발표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에 대해 “교수 자격이 없으니 학생들이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ICJ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하루빨리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앞서 이 할머니는 인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다가가 다른 할머니들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건넸다.

이 할머니는 “옥선 언니, 학순 언니! 내가 힘낼게. 일본이 꼭 협조하도록 할게”라며 “국제사법재판소 가서 이기고 내가 (맨발의 소녀상에) 신발 꼭 신겨줄게”라고 했다. 다음은 이 할머니와의 일문일답.

- 그동안 건강은 어떠셨나.

“여러 사람이 염려해준 덕분에 건강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제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 벽시계는 고장이 나는데 세월은 고장도 없다. 외출을 잘 못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김현정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행동’ 대표는 이 할머니에 대해 “미국에서 진짜 유명인사”라며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정말 어려웠을 성과들이 (할머니) 덕분에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에 체류하던 김 대표는 한국에 들어와 서강대 김주섭 교수팀과 함께 위안부 증언 기록 프로젝트 ‘영원한 증언’을 진행하고 있다.

- 작년에 비하면 ‘위안부’ 관련 논의가 많이 줄었다. 서운하지 않나.

“서운하지 않다. 코로나19가 가로막아서 그렇지, 사람들 마음이 그런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이다.”

- 이 문제를 ICJ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

“30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외쳤다. 초등학생들도 돼지저금통을 갖고 오는데 그걸 받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든 새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미국, 일본에서 재판이 열렸지만 바뀐 게 없다. 조선에서는 열네 살 아이였던 내가 이제 대한민국에서 구십이 넘었는데, 옛날에 무법천지를 만들던 일본 정부는 아직도 그 행세를 하고 있다. 오래 산 내가 이렇게 죽으면 (먼저 가신) 할머니들 앞에서 할 말이 없지 않냐. 이제는 ICJ에 가야 한다.”

ICJ 얘기를 김 대표 등에게 먼저 꺼낸 이는 이 할머니였다. 김 대표는 “할머니께서 (지난달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국내 법원 판결 후)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ICJ로 가져가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한국 법원 판결을 뒤집으려고 한다’는 기사를 보고 ICJ에 대해 궁금해하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할머니와 함께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를 만나 ICJ에 대해 논의했다. “나는 최후로 여기(ICJ)를 갈랍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라는 이 할머니의 질문에서 시작해 이날 기자회견까지 이르게 됐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 최근엔 정복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들이 모두 그렇게 한을 안고 돌아가셨다. ‘다 죽어버리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죽어도 죄는 남는다. 일본이 해결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빨리 사죄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최후에 ICJ라도 가보자고 문 대통령한테 얘기를 드리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이 불거졌더라. 나는 내가 모르는 거니까 무시한다”고 언급했다. 정의연이 최근 내놓은 혁신안은 “이야기만 듣고 직접 살펴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피해자 지원 사업에서 정의연을 배제하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직접 수행하도록 한 것은 “다행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 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직접적 피해자는 우리(할머니들)지만, 간접적 피해자는 여러분(국민) 전부다. 다른 사람보다 문 대통령이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이전에 문 대통령과 영부인이 제 손을 꼭 잡아주신 적이 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조속히 직접 만나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 내일 하버드대 학생들을 상대로 화상회견을 한다고 들었다.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리 시절 하버드대를 방문했을 때 정문 대신 옆문으로 들어갔다. 그때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할 생각 없냐’고 질문도 했다. 이후 학생들이 아베 전 총리를 규탄하는 집회도 하고, 수요시위 때도 왔다. 하버드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 교수(램지어)라는 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건 모두가 안다. 교수 자격이 없으니 학생들이 쫓아내야 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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