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만 마리 묻다 보니..잔인한 살처분
<앵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으로 확산한 고병원성 AI 조류인플루엔자로 닭과 오리 2천800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하루 20만 마리 넘는 가금류를 묻은 건데요. 현장에서는 규정을 어긴 잔인한 방법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송인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경기도의 한 산란닭 농장입니다.
살처분 용역업체 직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살아 있는 닭들을 짓눌러 죽입니다.
닭장 문을 모두 밀폐해 질식사하려 했지만, 뜻대로 안 되자 닭장에서 꺼내 죽이는 겁니다.
[살처분 A 농장 관계자 : 일부 닭들이 살아 있는 게 많거든요. 닭들을 갖다 놓으면 다 날아가 버리니까 포크레인으로 누르고 사람이 때려서 죽이고.]
정부 지침은 '주사나 전기, 약물, 가스 등의 방법 가운데, 동물에게 고통이 적은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살처분 B 농장 관계자 : (지자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빨리 끝내라고만 얘기하는 거예요. 대충 때려잡은 다음에 가스 주입해서 만약 살아 있으면 그냥 포크레인으로 누르거나.]
[살처분 A 농장 관계자 : 'AI 발생 24시간 이내에 모두 살처분시켜라'. 그런 규정(SOP)을 지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현재 살처분 위주 방역 정책을 예방 중심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 경제적 비용이 큰 살처분 방식을 최소화하고 닭, 오리 등에 예방 백신을 놓자는 겁니다.
[송창선/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 철새가 올 때마다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 반복돼왔는데, 백신이 (바이러스) 전파를 확실히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한번 쓰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매년 가금류에 백신을 맞히고 있고,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단계에서 예방 백신 형태로 놓기도 합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 영상편집 : 이승희, 화면제공 : 동물자유연대)
송인호 기자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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