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층수 제한 완화 연내 윤곽.. 공공주택 사업 속도 높일 것" [세계초대석]

송민섭 2021. 2. 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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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지속가능성' 두 축
상생형 도시재생 업그레이드
용산은 미래도시 서울의 새 모델
캠프킴 부지 개발계획 등 곧 공개
코로나 백신 접종 세밀하게 준비
생계 절벽 내몰린 계층 집중 지원
광화문광장 탈바꿈.. 보행축 완성
남은 임기 모든 역량 쏟아부을 것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7개월여간 서울 시정을 이끈 소회에 대해 “저도 권한대행은 처음”이라며 “어려운 순간에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에 충실하면 답이 나온다고 믿는다. 충분히 경청하고, 깊이 숙고하고, 소신 있게 결단하려고 노력했다”고 자평한다. 하상윤 기자
지방자치단체장 권한대행은 고되고 외로운 자리다. 선출직이 아닌 탓에 권한과 리더십은 제한적인데, 시정 추진에 따른 책임 공방은 상당하다. ‘잘 해야 본전’일 수밖에 없는 자리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 직후 서울시를 이끌어온 서정협(56)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특히 그러했다. 

서 권한대행은 지난 7개월여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착공, 2·4부동산대책 추진 등으로 동분서주해왔다. 지난해 3월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 임명된 이후 약 1년 간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7시30분쯤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병가와 정기휴가를 제외하고 지난달 29일에야 비로소 휴가계를 낼 정도였다.

서 권한대행은 대행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박 전 시장이 지난 10년 간 추진해온 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나 층고 제한과 같은 부동산정책 기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의 업그레이드 등 시민들의 새로운 요구와 변화한 환경에 맞는 정책을 펴는 것 또한 권한대행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서 권한대행은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이후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박 시장님도 그렇고, 피해자도 그렇고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며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성차별, 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이행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8일 서울시청 행정1부시장 집무실에서 이뤄진 서 권한대행과의 일문일답.

―최근 국토교통부와 함께 2025년까지 서울에 약 32만호의 공급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개발 제한이라는 기존 서울시 부동산 정책과 약간 결이 다른 것 같다. 앞으로 층수 제한 등 부동산 정책의 전환 가능성은 있나.
“서울시 부동산 정책 원칙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서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투기수요는 차단하면서 실거주자를 위한 주택,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고 자부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2011년 17만호에서 2020년 35만호로 늘었다. 서울시 전체주택 수 대비 9.3%다. 올해 2만4000호를 추가 공급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을 넘어 10%를 돌파하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고 특단의 공급대책에 대한 시민들 요구가 강력한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정비사업 방식과는 달리 기성 시가지에 공공참여방식을 새로 도입하고 도시 규제 완화, 절차 간소화 등의 패스트트랙으로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겠다. 층수 원칙의 경우 올해 말 완성되는 ‘2040 서울플랜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개발 물결 속에서도 유지돼야 할 원칙은 ‘그린벨트 보존’이다. 그린벨트와 같은 녹지는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 서울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공간적 자산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보존 중심의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을 놓고 혹자는 “벽화 그리는 재생”이라고 비판했다. 권한대행께서 판단하는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한계와 개선·보완할 지점은.
“서울시는 ‘사람 중심’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기본 철학 아래 경제기반형(서울로7017, 창동상계, 홍릉 바이오산업 등), 중심지 재생(다시세운프로젝트, 용산 Y밸리 등), 주거지 재생(창신·숭인, 해방촌, 가리봉 등), 문화비축기지(노들섬, 예장자락 등) 등의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런 기조는 확고하게 유지하되, 기존의 방식을 넘어 시민체감도를 높이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상생형 도시재생’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주거지 재생사업의 경우 주거 질 제고 및 주택 공급이라는 시민들 요구를 반영해 정비사업 등과 연계할 예정이다. 빈집 매입과 주변지역 공동개발 등 민관 협력형 소규모 정비모델을 마련하고 기반시설을 확대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재생으로 진화시켜가겠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공원이 조성된다. 하지만 용산정비창 부지(51만㎡)나 캠프킴 부지(5만㎡) 활용을 놓고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용산공원과 용산역 인근 개발과 관련한 서울시 입장은 무엇인가.
“용산은 무한한 변화와 도약의 미래를 품고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분단 등을 거치며 100년 넘게 ‘잃어버린 땅’으로 존재해왔던 용산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간 주권을 회복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중심지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가용지다. 서울의 미래경쟁력은 물론 균형발전을 동시에 견인하는 미래도시의 새 모델로 조성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 의지다. 업무기능 외에 상업, 주거,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개발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중 업무와 주거, 일과 삶이 어우러질 수 있는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혁신적인 스마트 융복합도시모델을 제시하겠다. 지난해 12월 반환된 캠프킴 부지는 아직 구체적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는데,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주택시장 안정화와 용산공원 등 주변 지역과의 조화라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한 서울시 준비사항은.
“이르면 이달 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고위험 의료기관, 요양·노인의료복지·정신요양재활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16만명에 대한 접종을 시작한다.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자치구별로 최소 1개소씩 30곳의 예방접종센터를 설치·운영하고, 가까운 병원에서도 접종할 수 있도록 위탁 의료기관 3500개소를 선정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등 15개 종합병원장들과의 ‘재난의료협의체’ 회의에서 ‘전쟁에서 군사작전을 짜듯이 디테일하게 준비하자’고 당부말씀을 드렸다. 병원장들께 예방접종센터 1곳씩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자치구에서 할 수도 있는데 의사와 간호사, 지원인력 등 인력이 많이 들고 이상반응자 발생과 2차 접종 시기 안내 등 돌발·긴급 상황 발생시 대응이 더 전문적일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서울시 의사회·병원회·간호사회와 서울경찰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등과 협력해 백신 관리와 접종, 사후 이상반응 관리까지 전 과정이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지고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서울 시정의 최대 역점 분야는 코로나19 대응이 아닐까 싶다. 지난 1년여 간 가장 위기감을 느꼈을 때와 그래도 제대로 대응했다고 자부하는 분야, 그리고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맞아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하루에만 300, 400여명씩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2월 초중순엔 당장 내일이 걱정돼 밤에 잠을 못잤다. 보통 하루에 300명 확진자가 나오면 80명은 병실로, 220명은 생활치료센터로 입원시킨다. 그런데 이때는 당장 내일 들어갈 생활치료센터가 없었다. 병상대기인원이 580명(2020.12.17)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 이 와중에 대기 중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대기 중 사망이라는 건 어찌보면 공공의료가 커버를 못하니 돌아가신 것 아니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택격리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서울시 전 부서가 나서 병상 확보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말부터 (병상대기 인원이) 두자리 수로 감소했고 현재는 거의 한 달 간 대기인원 제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긴장의 강도가 컸던 만큼 결과적으로 가장 잘 대응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서울시는 치료병상과 재난의료 대비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갖춰 나갈 계획이다. 다음달 서초구 원지동에서 문을 여는 ‘서울재난병원’을 시작으로 올해 내에 서울의료원에 59병상의 ‘응급의료센터’, 보라매병원에 48개 음압병상을 갖춘 ‘안심호흡기 전문센터’를 건립한다.”

―서울시의 ‘민생경제 5대 온기대책’을 보면 재난지원금에 있어 보편지급보다는 선별지급 원칙이 강조된 것 같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는 곧 민생고의 장기전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한 ‘조기지원’, ‘선별지원’, ‘직접지원’을 결정했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삶에 큰 고통과 아픔을 남겼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취약계층은 특히 더 힘겹다.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 3명 중 1명이 폐업을 고려하고 사실상 영업중지 상태인 관광·공연업계는 생태계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계속되는 고용 한파로 취약계층은 생계절벽에 내몰린 상태다. 이런 어려움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은 이 험난한 미증유의 감염병 시대를 모든 시민이 무사히 지날 수 있도록 포용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 가장 지원이 절실한 곳에 직접적 온기를 불어넣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그 책무를 다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착공을 놓고 시민단체 등에서 ‘권한대행의 월권’ 논란이 여전하다.

“광화문광장은 정치적 논란이 계속돼왔던 공간이다. 2009년 (현 구조대로의) 준공 이후 줄곧 역사성·보행성·생태성을 갖춘 국가 대표광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서울시가 330회에 걸친 소통과 32회의 시민단체와의 협의 등 단일사업으로는 유례 없이 4년이란 긴 시간을 시민과의 소통에 쏟은 이유다. 광화문광장은 개발의 시대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심 심장부를 보행자인 사람의 권리가 우선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미세먼지를 줄여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겠다는 서울시정의 확고한 정책 철학과도 연결돼 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완성되면 세종대로 사람숲길과 연계되는 총 2.6㎞의 걷기 좋은 도심 보행축이 완성된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광화문광장의 완전한 보행공간화’는 한 번에 갈 수 없다. 이번 광장 조성안도 최종안이 아니다. 다음에도 시민 합의가 이뤄지면 완전한 보행공간으로 가는 것이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2개월도 남지 않았다. 차기 서울시장의 자질과 정책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서울시정은 복잡다난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도 많다. 서울시장은 늘 시대가 원하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후보가 선출됐다. 이번 선거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문명의 갈림길에서 치러지는 선거로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전환의 길목에서 서울시라는 이 훌륭한 조직을 활용해 시민을 위해 헌신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 분이 오시길 기대한다. 새 서울시장의 당면 과제는 좋은 일자리, 포용적 복지, 민생 경제 정책으로 시민의 일상을 다시 일으키고 고통과 갈등의 상흔을 치료하는 일이 시급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생존’을 고민하는 지금 서울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도시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선제적이고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개척해 S-방역의 성공으로 높아진 글로벌 서울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가야 한다.”
―박원순 전 시장의 급작스러운 궐위로 권한대행을 맡은 지 7개월이 지났다. 그간 소회와 남은 임기 동안 마무리하고 싶은 정책 과제, 그리고 4·7 보선 이후 계획은.

“최근 실국장 화상회의에서 중요한 안건인데 분위기가 침울하길래 ‘제가 시장 권한대행이 2개월 남은 것이지, 부시장 임기가 2개월 남았다고 착각하지 마시라’고 농담을 했는데 분위기가 싸해졌다(웃음). 지난해 7월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고비고비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자기 분야에서 책임을 지고 열심히 이끌어준 간부들과 묵묵히 따라와 준  5만5000여명의 본청·투자출연기관 직원들이 함께 해줬기에 이전 시장님이 해왔던 정책과 사업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던 것 같다. 권한대행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시정을 챙기고 주어진 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 선거 이후엔 또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그간 너무 지쳐 쉬고 싶은 마음도 있다.”

대담=박연직 사회2부장
정리=송민섭·정지혜 기자 stsong@segye.com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1965년 울산 출생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과 석사 ●하버드대학케네디스쿨 대학원 행정학과 석사 ●제35회 행정고시 합격 ●서울시 청계천축제추진반장 ●서울시 창의혁신담당관 ●서울시장 비서실장 ●서울시 문화본부장 ●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서울시 행정1부시장 ●서울시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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