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지원금 또 어떻게 마련하나? "적자국채로 충당 불가피"

박세인 2021. 2. 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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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구조조정, 잉여금 활용하겠지만 규모 '미미'
대부분 적자국채로 충당할 듯
추가 지원금 지급하면 올해 부채 1000조 돌파 확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당정이 다음 달 10조원 이상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당장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적자국채를 더 찍는 것이지만, 그만큼 재정건전성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해 덜 쓴 예산을 활용하고 올해 집행이 불가능한 예산을 나중으로 미뤄야 하는데 이를 통해 자금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산 구조조정하겠지만, 국채발행 없이 '돈' 마련 불가능

15일 재정당국은 4차 재난지원금 3월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식으로 기존 예산 구조조정과 추가 국채 발행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추경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규모가 늘어나고, 문재인 대통령 지시대로 일자리 관련 예산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규모도 현재 집행 중인 3차 재난지원금(9조3,000억원)을 뛰어넘는 '10조원+α' 수준이 될 전망이다.

10조원이 넘는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3차 재난지원금을 쓴 후 예비비가 2조원가량 남았지만 이는 백신 구입을 위해 빼놓은 돈에 가깝다. 결국 적자국채를 찍어 새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재원 조달은 국채 발행과 기존 지출을 구조조정하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며 “일정 규모의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구조조정?... 현실적 한계 커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지출 중 올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올해 사업이 막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각 부처에서 조정 가능한 사업을 내놓긴 쉽지 않다.

지난해에도 전체 추경 규모(66조8,000억원)의 28.3%인 18조9,0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3월 진행된 1차 추경 때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편성된 예산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못 쓰게 된 예산이 있어 이를 전용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가 계속 진행되는 올해는 여윳돈이 없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도 가능하지만, 각 부처가 연초부터 올해 계획했던 주요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필요하면 대통령이 임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서라도 각 부처가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익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올해 부채 1000조 돌파 가능성 ...'증세' 필요성 지적도

지출 구조조정 이외에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돈은 지난해 예산에서 남은 돈(세계잉여금)과 정부 수입에 포함되는 한국은행의 추가 이익(한은잉여금)이 있다. 지난해 일반회계 잉여금은 약 5조7,000억원인데 이를 법에 정해진 비율대로 △지방교부세·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출연 △채무상환 등에 사용하고 나면 실제로 추경에 쓸 수 있는 돈은 1조6,000억원 정도다.

한은 잉여금은 한은이 낸 당기순이익 중 일부를 정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지난해 1차 추경 때도 한은잉여금 7,000억원을 보탰다. 잉여금을 다 끌어쓴다고 가정하더라도 2조원 안팎으로, 추경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10조원 이상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가정하면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연말 국가채무는 965조원에서 966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7.8%까지 오르게 된다. 5, 6차 재난지원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한다면 올해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게 된다.

김 교수는 “상반기 중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 놓아야 하반기 추경을 더 진행하더라도 재원을 마련할 여유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앞으로도 5차, 6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할 텐데 증세 등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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