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디지털 뉴딜의 핵심 '디지털 트윈'
손가락을 뜻하는 라틴어 '디지트(digit)'에서 나온 '디지털(digital)'은 아날로그 세상을 숫자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컴퓨터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은 어느덧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고, 디지털이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손으로 작성하는 메모나 필름 카메라는 스마트폰으로, LP로 듣던 음악도 디지털 음원으로 대체된 지 오래되었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 넘쳐나는 '디지털'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7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정망 강화로 구성된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10대 대표과제가 엄선되었는데, 디지털·그린 융복합 과제 중 하나가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트윈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기본적으로 물리 시스템의 다양한 구조, 작동원리, 동작에 대한 과거와 현재 데이터를 활용하여 운용 상태를 파악하고 미래에 발생 가능한 문제점 등을 예측한다. 이를 활용하면 기계부품, 장비, 자동차, 비행기에서부터 공장, 화학플랜트, 발전소, 도시 등의 운용 성능과 효율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뮬레이션, 슈퍼컴퓨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들이 종합적으로 융합돼야 한다. 물리적 대상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 가상모델을 만들고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클라우드를 이용해 서비스한다. 이러한 대규모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컴퓨터의 활용 또한 필수적이다.
2018년 디지털트윈은 가트너그룹의 기술기대곡선(Hype Cycle)의 '기대 정점기'에 위치했다. 다시 말해 5~10년 안에 다양한 디지털트윈 기술 도입 사례들이 생겨날 것이며 수많은 실패 사례와 소수의 성공 사례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트윈 성공의 열쇠는 기술의 융합뿐 아니라 사람의 융합이다. 대상 분야의 지식을 보유한 도메인 전문가와 정보기술을 가진 엔지니어가 협업할 때 비로소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높은 정확도의 예측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전소의 디지털트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계장치, 에너지, 빅데이터, 인공지능, 컴퓨팅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제조업뿐 아니라 1차산업, 안전, 의료 등의 각 분야에서 디지털트윈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제조 과정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제조공정 최적화와 장비 고장예지진단 등의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산업부, 중기부를 중심으로 금형, 주조, 소성가공 등의 뿌리산업을 대상으로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디지털전환 사업이 추진중이다. 양식, 어업, 농업 등에서도 기존의 스마트팜에서 더 나아가 자율적으로 운영 가능한 디지털트윈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 인력의 1차 산업 유입이 가능해 농어촌 인구의 노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안전과 의료에 대한 관심은 실내공간의 공기질, 다중이용시설이나 지하시설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디지털트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에 대한 부분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이 각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고온, 고압, 고속 등의 극한 환경에서는 센서를 활용한 데이터 확보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시뮬레이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의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측해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공사례도 거의 없다.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판 뉴딜의 디지털트윈 과제로는 정밀도로지도, 스마트 항만, 스마트시티 등의 투자사업이 제시되었으며 도로·지하공간·항만·댐 대상으로 범위가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제조업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디지털트윈은 바라보는 시각과 기대치도 다르지만, 대한민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미래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가야 할 길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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