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文정권, '쇼' 멈춰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다. 앞으로 수천년, 수만년이 흘러도 결코 변치않을 것이다. 자신보다 더 잘났거나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많이 배운 사람도 시기 질투의 표적이 된다.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라 해도 결국 판단과 행동을 이끄는 동인(動因)은 내면의 시기와 질투심이다.
이런 속성을 꿰뚫어보고 통치와 심리조작에 가장 잘 써먹는 게 사회주의자들이다. 시기심과 질투를 교묘하게 자극해 분노심을 끌어낸다. 필요하다면 여론조작과 거짓말도 곁들인다. 그런 감정이 커질수록 이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확대된다. 그들은 당신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부정한 방법으로 당신에게서 빼앗았어. 그것을 평등하게 바로잡고자 하는 나의 행동들은 모두 정당해. 그것이 바로 '정의'이고 '공정'이야"라고 말이다. 심리학자 조지 피터슨이 사회주의엔 인간의 정신을 병적인 심리로 몰아가는 거대한 '분노의 철학'이 존재한다고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사태는 문재인 정권에겐 하늘이 내려준 최대 호재다. 평시라면 국민에게 '돈을 퍼준다'는 건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예전이라면 선거를 목전에 둔 '현금살포'는 감옥행을 각오해야 할 위험천만한 위법 행위다. 하지만 문 정권은 고통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아무 때나 거리낌 없이 퍼준다. 최근 정부 여당 내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벌어진 '선별·보편지원' 논쟁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간의 시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다분하다.
'위대한 쇼'에는 언제나 주연과 흥행을 돕는 조연이 있다. 4차 재난지원금 지원방식과 관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국민들이 정부의 '돈 퍼붓기'에 텅 빈 나라 곳간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더라도 선별지원과 보편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건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이조차 연극 무대에 흥미를 잃어버린 관객에겐 정책의 극적 효과를 높이려는 흥행장치로 여겨질 뿐이다.
사회주의는 환상이다. 그 결말은 항상 국민을 엄청난 불행 속에 밀어넣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게 되기까진 반드시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우선 법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드는 '입법 만능주의'다.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 입법을 무제한, 무차별 통과시킨다. 빈곤이 문제가 되면 '빈곤 폐지 법안'을 만든다.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게 국회의 오락거리처럼 돼 버렸다. A라는 법이 문제 되면 이를 해결할 B법안을 만든다. B법안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뜯어고쳐 C법안을, 다시 이를 무효화할 D법안을 만드는 식이다. 수십 차례 뜯어고쳐 누더기가 된 문 정권의 부동산 대책이 그런 꼴이다. 불행한 사실은 법이 늘어날수록 국민에 대한 통제와 강요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나랏돈은 공짜'라는 환상도 은연중에 퍼졌다.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려면 정부가 누군가에게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복지국가의 특혜와 무료 혜택은 공짜가 아니다. 자신이 누리는 혜택이 누군가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온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부가 나 대신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아서 줄 뿐이다.
가장 심각한 병폐는 '책임 전가병'이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안되는 이들은 끊임없이 '남 탓'을 한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나를 그렇게 만든 사회의 문제일 뿐이지." 사회주의자들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 국민들이 정권의 '남 탓' '내로남불'에 좌절하는 이유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주의와 평등주의의 끝없는 대립과 투쟁의 역사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실패했음에도 그 이념이 사라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인간의 시기와 질투라는 뿌리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만들겠다는 '평등주의'는 시기심을 이념적으로 잘 포장한 사상에 불과하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최근 한국 사회의 자산가격 폭등은 그런 점에서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소수의 부유층, 대다수의 빈곤층으로 양분화된 사회는 평등주의라는 독버섯이 힘을 키우는 배양판이기 때문이다.
문 정권은 입법·행정에 이어 '판사 탄핵'을 통해 사법부까지 장악했다. 전체주의, 독재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언론 장악, 더 나아가 헌법 개정만이 남았을 뿐이다.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설파했다. "쳐들어오는 적군에겐 저항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처럼 스며들어오는 사상에는 저항하지 못한다." 자유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노예의 길'을 갈 것인가. 그것은 국민이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몫이다. 문 정권은 이제라도 거짓과 선동의 '쇼질'을 멈춰야 한다.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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