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중학생 제자와 합의된 관계"..법원 "명백한 성적 학대"

윤나경 2021. 2. 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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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했다' 주장한 여교사 ... 재판부 '명백한 성적 학대'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30대 A 씨는 지난 2018년 담임을 맡으며 B 군 (당시 15세)를 알게 됐습니다. B 군은 학교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불안한 상태였고, 이 때문에 B 군의 부모는 담임인 A 씨에게 아들을 잘 돌봐달라고 따로 부탁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제자를 향한 A 씨의 관심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미술 교사였던 A 씨는 상담을 빌미로 B 군을 따로 미술실로 불렀고, 그곳에서 B 군에게 성적 학대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후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B 군을 자신의 차로 유인해 성폭행까지 했습니다.

이후 A 씨의 행동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이미 남편과 아이까지 있는 상태였지만, B 군을 자신의 집까지 불러들였고 그곳에서도 성폭행 등 학대 행위가 벌어졌습니다.

5개월간 7차례나 반복된 위험한 행동은 결국 B 군 부모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아들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B 군에게 사유를 물었고, 결국 B 군은 A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털어놓았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B 군의 부모는 곧바로 A 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과정에서 A 씨는 '합의하고 관계를 했다'며 아동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내가 협박을 당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B군이 관계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도 했다는 겁니다.

급기야 A 씨도 B 군을 맞고소하는 등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천지법 13형사부 (고은설 부장판사) 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 피고인은 담임교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B 군에게 수위가 높은 성적 행위를 요구했다"" 피해자가 요구를 거절하면 화를 내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저질러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제출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성인과 미성년자 " 동등한 합의 어려워" ... 명백한 범죄 .

경찰 수사 초기 단계에서 B 군 역시 '관계에 합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성인과 미성년자의 관계에서 '동등한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한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 역시 "미성년자와 성년 사이에 합의는 평등한 주체끼리의 합의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최근 성인과 미성년자의 '합의'에 대한 판례들을 살펴보면 동등한 '합의'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합의의 과정에서 관계에 따른 우월적 지위나 권위 등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아무리 상호 간 합의가 있었더라도 미성년 피해자에 대해선 '아동학대가 명확'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 준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

서 변호사는 또 " 특히 아동. 청소년 등 미성년자는 국가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아이들을 성관계 합의 의사의 주체로 성인과 동등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고 강조하며, "당사자들은 합의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성인과 미성년자의 성적 관계는 성장기인 피해자 입장에선 씻을 수 없는 충격과 상처를 주는 행위이다. 호감이나 합의라는 단어로 '명백한 범죄' 를 정당화할 수 없다." 고 A 씨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재판과정에서 B 군은 A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 이후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 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글씨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손을 떨고 불안해 보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미 학교 폭력으로 큰 상처를 받았던 15살 중학생에게 담임교사와의 '합의된 관계'는 또다른 상처로 남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윤나경 기자 (bellen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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