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이킥] "IFC 투신, 단순 자살 아냐.. 하루 2시간 쪽잠 자며 일했다"

- 7명분 업무를 2명에게.. 남편, 2시간 자며 혹사당했다
- 담당자 통화 녹음에 담긴 '마감 압박', 자살 원인으로 추정
- 아내가 올린 청원글, 보도도 안됐다.. 유족 의혹 제기에 수사는 계속 진행
- 숱하게 있었던 '노동자 쥐어짜기'가 원인? 공론화 필요하다

■ 프로그램 :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 평일저녁 6시5분~8시)

■ 출연자 : MBC 조승원 기자

◎ 진행자 > 저희 <뉴스하이킥>이 야심차게 새로 만든 파일럿 코너입니다. 코너제목이 <뉴스코너킥>인데요. 축구 경기에서 높은 정확도를 요하는 코니킥처럼 뉴스보도에서도 정확도 높은 내용과 허를 찌르는 취재로 청취자 여러분 뉴스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코너킥 담당 에이스 게스트 MBC 조승원 기자입니다. 어서오세요.

◎ 조승원 > 안녕하세요? 오랜 만에 뵙습니다.

◎ 진행자 > 제가 사실 오프닝에서 조승원 기자 나오신다고 예고해드렸거든요. 그랬더니 문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요. 5***님께서요 ‘조승원 기자님 빨리 나오세요. 똑똑 떨어지는 소리 듣고 나면 속이 시원해요’ 이렇게 주셨고 그동안 사실 안 나오시는 동안 왜 조승원 기자 안 나오냐, 이런 항의성 문자가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바쁘셨습니까?

◎ 조승원 > 예, 좀 바빴습니다.

◎ 진행자 > 아무래도 탐사 취재하시고 <스트레이트> 준비하시느라 바쁜 것 같은데요. 오늘 코너킥 첫 순서로 준비해 오신 내용이 지난 달에 있었던 사건이죠.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있었던 일인데 사건 개요부터 소개해주시죠.

◎ 조승원 > 이 사건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좀 흘렀으니까요. 개요부터 다시 정리하자면 지난 15일 한 달 전이죠. 서울 여의도 IFC 건물에서 30대 회사원이 투신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쇼핑하러온 시민들이 본 분들이 계셔서 굉장히 충격이 컸는데 처음부터 사건 자체가 미스터리였어요.

CCTV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황은 분명해 보이는데 보통 이런 경우 유서 아니면 자기 심경을 적은 글들이 나오잖아요. 대체 왜 이렇게 비극적 선택을 했을까 의문점이 많았는데 일단 투신해서 사망한 A씨가 누구였냐 하면 5살 딸 부인을 둔 평범한 37살의 회사원이었습니다.

직장인이었는데 사건 일어나기 넉달 전에 직장을 옮겼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관련 서비스업 제공하는 회사에 경력사원으로 들어가서 팀장을 맡았다고 하고 이직 이후에 이분이 맡은 업무가 뭐였느냐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하는데 이 업무를 위탁받아서 했다는 거예요.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하는 사업 일부를 A씨가 다니던 회사가 수주를 해서 그 업무를 숨진 A씨가 해왔다는 거죠.

◎ 진행자 >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친구 분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처음에 올렸었고 어제는 다시 부인께서 다시 청원을 올렸잖아요. 부인이 올린 청원에서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지 않습니까? 어떤 의혹들이죠?

◎ 조승원 > A씨 죽음을 놓고 지인과 가족들이 여러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선 지인들이 얘기하는 공통적이 말이 있어요. 이 업무 맡은 뒤부터 너무 이 일이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 못 견디겠다, 이런 얘기를 수차례 했다는 거예요. 이런 극단적인 선택하기 직전에도 회사 직원, 그리고 서울시 산하기관 직원과 수차례 통화를 했다는 건데 그 정도가 그동안 언론에 보도 된 내용이고 이후로 이 사건에 대한 추적보도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씨 부인이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다시 올렸습니다.

보다 구체적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는데 글이 상당히 길어요. 다 소개해드리지 못할 것 같고 주요 몇 대목만 제가 소개해드리자면 일단 부인 주장은 이렇습니다. 서울시 수주 사업을 하던 남편 회사에서 이번 프로젝트 관련해서 서울시 산하기관한테 인건비는 7명 분을 받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정작 이걸 전담하는 인원은 남편 포함해서 두 명뿐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분 주장은 이런 거죠. 7명이 해야 될 일을 두 명이서 해야 하다 보니 여기에 마감기간이 있잖아요. 남편이 집에 와서도 저녁도 먹지 못하고 하루에 2, 3시간 쪽잠자면서 일했다는 거예요. 혹사를 당했다는 거죠. 쉽게 말하면.

그래서 사망 당일 아침에도 새벽까지 일하다가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출근했는데 그때 출근하면서 딸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엄마 말 잘 들어라, 엄마가 힘들면 아빠가 속상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출근한 뒤에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는 거예요. 일단 이 주장을 보면 뭔가 여러 가지 떠오르죠. 예전에 하청업체 협력업체에서 인건비 받아놓고 정작 현장에서는 노동자 쥐어짜서 남은 인건비로 수익을 올리는 이런 것들이 떠오르는데 물론 여기까지도 이 분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아직은.

◎ 진행자 > 물론 그동안 유령인력 등록해놓고 인건비 챙기는 일도 있고 사실을 확인해봐야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숨진 남편 분의 휴대전화에서 이 프로젝트를 발주한 서울시 산하기관 담당자와의 통화녹음이 나왔다고 하던데 이 녹음내용은 어떤 겁니까?

◎ 조승원 > 아까 말씀드린 그런 의혹 말고도 유족이 추가로 제기하는 의혹인데 이건 남편 핸드폰 통화 녹음 내용을 근거로 제기하는 의혹입니다. 부인 주장, 얘기는 이렇습니다. 남편이 사망한 이유를 밝히려고 장례를 치른 이후에 남편 휴대폰을 뒤져봤다는 거예요. 궁금하니까 도대체 무엇이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는가 궁금해서 핸드폰을 뒤져봤는데 여기에 남편과 서울시 산하기관 담당자와 통화한 내용이 그대로 녹음돼 있다는 거예요.

이걸 들어봤더니 이 통화녹음 내용에 보면 서울시 산하기관 담당자가 프로젝트 진행인원이 부족한 것을 회사에 이야기하고 시정해 달라, 직접 얘기 못하겠다면 우리가 직접 회사에 얘기해보겠다, 인력보강을 해 달라 이렇게 말했고 그러니까 남편이 담당자한테 만약에 제시간에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프로젝트 실패하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담당자가 뭐라고 얘기했느냐 하면 지금까지 그런 사례 없었다. 그리고 그럴 경우에 손해배상을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사업은 다시 못할 것이다, 이렇게 답했다는 거고 이런 답을 듣고 남편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 이 말을 남겼다는 거예요.

이런 내용이 녹음돼 있고 이후 며칠 뒤에 이런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에 회사에서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시켜서 엄청난 스트레스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발주 기관에서도 마감 압박을 하니까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 라는 게 부인의 주장입니다.

아울러서 유족들은 숨진 A씨가 직장에서도 상사한테 여러 차례 폭언을 들었다, 그래서 힘들어했다는 주장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너 머리가 비었냐,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통해 밝혔는데요. 이 부분은 물증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아직까지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제가 짧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 진행자 > 우선은 앞서 지인들과 아내가 추정했던 너무 일이 힘들고 인건비는 7사람 분인데 실제로 두 사람 밖에 일하지 않아서 마감기한도 닥쳐오니까 잠도 2시간 이상 못잤다 이런 것에 대한 입증하는 증거가 녹음파일이란 거잖아요.

◎ 조승원 > 어느 정도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거죠.

◎ 진행자 > 그렇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추가 취재가 됐나요?

◎ 조승원 > 아쉽게도 아직까지 명쾌하게 밝혀지거나 나온 내용은 없습니다. 오늘 사회팀 취재기자 통해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쪽 얘기를 들어봤어요. 이게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른 변사 사건, 자살 사건 같은 경우면 진즉에 종결 됐겠죠. 지금 한 달이 지났으니까요. 유족들이 이런 여러 의혹을 얘기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의혹을 들여다 보다 보니까 아직까지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종결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유족은 두 차례 경찰에 와서 진술하고 갔다고 하고요. 다만 회사 대표, 그 다음에 서울시 산하기관 직원들도 얘기를 들어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지금 신분이 참고인이잖아요. 아직까지 피의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인이다 보니까 제대로 진술을 못 들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강제소환이 안 되잖아요. 참고인 같은 경우는.

그렇다 보니까 현재까지 강요나 직장 내 괴롭힘 하는 부분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증거나 혐의를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고 한마디로 얘기하면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그런 정도 상황인 것 같고 다만 종결하지 않고 계속 조사는 진행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고, 어쨌든 공식적으로 유족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니까 수사는 일단 해보겠다, 이런 입장인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점이 이 사건 발생 당시에 아주 간단하게 짧게만 사건사고 기사로 다뤄졌었잖아요 이후에 말씀주신 후속보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심지어 어제 아내분이 올린 청원글은 아직까지 검색을 해봐도 기사가 잘 보도가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이렇다고 보세요?

◎ 조승원 > 제가 사실 그래서 그런 답답한 마음에 이 사안을 들고 나온 건데요. 사실 이 사건 경우 보도에 극히 신중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스스로 사람이 목숨을 끊은 사안이잖아요. 극히 신중해야죠. 언론보도 가이드라인도 보면 자살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까 어떤 한 방향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보도에 극히 신중해야 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렇긴 한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문제를 오늘 꼭 들고 와서 전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보여요. 일단 아직까지는 물론 유족과 지인의 일방적인 주장이긴 합니다만 5살 딸을 둔 화목하게 살던 30대 회사원이 이런 비극적인 선택을 한 데는 이유는 있을 거란 말이에요.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증언 주장을 볼 때 의문점이 너무 많잖아요.

그리고 단순한 자살 사건으로 보이진 않는 거죠. 물론 부인 주장이긴 합니다만 아니 한 번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업무가 과중했길래 하루 2시간 쪽잠을 자면서 일을 해야 했을까. 얘기를 들어보면 책상에 엎드려 자면서 일했다고 하고 또 마감 압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앞서 전해드린 저런 통화녹음 내용을 남겼을까, 이게 궁금하잖아요.

혹시 만약에 이게 그동안 우리가 숱하게 봐온 노동자 쥐어짜기, 그러니까 공공기관한테 돈 받아놓고 인건비는 줄여서 수익 올리는 하청업체 협력업체들은 해묵은 관행과 관련 있는 건 아닌지 또 직장 내 괴롭힘, 갑질은 없었는지 조사가 분명히 필요해 보이거든요. 이런 의혹을 조사하고 파헤치고 밝혀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그런데 이런 사건 경우 정말 저도 기자생활 25년 했습니다만 자칫하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완전히 묻혀버릴 수 있거든요. 흔히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고 더군다나 이 사건 경우 유서도 남아 있지 않잖아요. 유족 문제제기 없으면 지친 회사원이 업무 힘들어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렇게만 끝나버릴 수 있는 그런 사안이거든요.

◎ 진행자 > 그저 여러 건에 있을 수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이렇게 지나 버릴 수 있죠.

◎ 조승원 > 그렇죠. 여론이 들끓고 언론이 나서고 공론화가 된 사건 같은 경우는 검찰과 경찰도 면밀하게 조사하게 되는데 그래서 진실에 단면이라도 좀 드러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번 사건처럼 유명인도 아니고 언론보도도 없고 이러다 보면 그냥 다 묻혀버리기 십상이니까. 제가 기자생활하면서 이런 사안 수없이 많이 봤고요.

그래서 이번 사안은 사실 일단 공론화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이 있었구나 라는 거라도 알 필요는 있겠다, 그리고 끝으로 부인분께서 자신이 왜 국민청원까지 올리고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국민청원을 통해서 이렇게 밝혔는데 그 한 대목 읽어드리겠습니다.

‘어린 딸에게 아빠가 회사에 비합리적인 업무구조로 너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일이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사건, 물론 많이 힘들 겁니다. 이걸 조사하고 파헤치려면. 하지만 경찰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조금만 더 갖고 면밀하게 조사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진행자 > 꼭 진실을 드러내 주시길 저도 같이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이 사건 관련해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실 경우에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혹은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833 등에 전화해서 24시간 언제든지 상담을 받으실 수 있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뉴스코너킥>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MBC 조승원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승원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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