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연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을 영화로, 상상도 못했어요"

이재훈 2021. 2. 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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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국 CGV 40개관서 개봉
[서울=뉴시스] 창작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2021.02.16.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잃어버린 얼굴 1895' 초연으로 만났을 때가 8년 전인데,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났네요.”

서울예술단의 대표 창작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연출 이지나)의 공연실황이 영화로 제작됐다.

서울예술단은 CGV ICECON과 함께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실황을 오는 24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국내 창작뮤지컬 공연 실황 개봉작 중 전국 40개관에서 상영하는 작품은 이 뮤지컬이 처음이다.

주인공 명성황후 역을 맡은 차지연은 16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잃어버린 얼굴 1895' 언론시사회에서 "무대에서 열연을 하고 혼신의 힘을 다했을 때 생동감이 엄청나지만, 스크린을 통해 배우들의 눈빛, 손짓, 손끝 떨림을 보는 것도 생생하고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스템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고 감격"이라고 했다.

2013년 초연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시아버지 대원군과 권력싸움을 벌인, 독한 악녀의 이미지로 새겨진 명성황후를 봉건의 환경을 뚫고 근대의 주체가 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찾고자 했던 여성으로 그린 작품으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다. 차지연은 초연부터 명성황후 역을 맡아 이 역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작년 네 번째 시즌을 공연했고 역시 차지연이 명불허전 연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네 번째 시즌은 코로나 19 여파로 최소한 회차만 공연,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했다.

25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와도 비교되는데 좀 더 명성황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자연스레 차별화됐다.

차지연은 "원래 자신감이 없는 배우인데, '잃어버린 얼굴 1895' 4연으로 (공연계에) 뿌리 내리고 잘 서 있게 됐다는 느낌을 받아요. 삶에서도 그렇고 큰 울림을 준다. 건강과 컨디션이 허락해준다면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바랐다.

무대 예술이 뛰어난 작품이다. 여러 대의 빔프로젝터로 매핑한 고궁 등의 모습은, 검은 화선지에 흰 붓으로 그린 듯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서울=뉴시스] 창작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2021.02.16.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매핑 기술은 또 장면 전환을 용이하게 하며 페이드 아웃, 와이퍼 등 이미 실제 공연에서 영상의 효과까지 넘봤다. 여러 층으로 나눠져 끊임없이 높낮이를 달리하며 궁궐, 논밭, 호수를 묘사하는 바닥 무대는 불균질하고 불안한 역사 상황을 대변한다.

이에 따라 공연 실황이 영화로 옮겨졌을 때, 이런 무대가 옮겨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일부 걱정도 나왔다.

차지연도 "무대 예술은 마법 같이 여겨지잖아요. 에너지, 땀과 숨소리를 통해 그 공간으로 데려다주는데 그런 움직임과 감정, 의미가 스크린을 통해 전달될 지 내심 걱정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작년 온라인 공연을 통해 이미 일부 우려가 불식됐다. 9대의 4K 카메라와 풍부한 5.1채널 사운드의 기술을 더해 웅장함과 무게감을 구현해낸 영화에서는 무대가 더욱 실감나게 구현된다.

차지연 역시 "걱정은 기우였어요. 제가 기술적인 건 잘 모르지만, 실제 공연과 다를 바 없는 공연으로 만들어져서 기쁩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볼 수 있잖아요. 쉽게 공연을 보지 못한 감동과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고종 역을 맡은 김용한도 "서울에서 공연을 해 먼 곳에 사시는 친척 분들이 잘 보지 못했는데 지난해 영상으로 잘 보셨다고 말씀해주셔서 뿌듯했다"면서 "이번 영화 상영도 기대가 크다"고 했다.

'잃어버린 얼굴 1895'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 민찬홍 작곡가의 음악이다. 명성황후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잃어버린 얼굴' 의 절절함, 조선에 대한 김옥균의 마음을 감성적인 멜로디에 담아낸 '끝이 없는 밤' 등 명곡이 수두룩하다.

[서울=뉴시스] 창작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2021.02.16.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대편성 오케스트라로 숨은 음악적 디테일이 많은데 CGV영화관에서 그 요소들이 파악 가능했다. 음악적 요소는 아니지만, 고종의 커피잔 부딪히는 소리도 생생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사운드 후반 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저도 믹싱 작업에 참여를 했는데 현장성 대신 전달력과 정확성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민 작곡가는 "시대극이다 보니 대사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 부분도 명확하게 들린다"고 짚었다. 예컨대 명성황후의 '사특하다'라는 대사다. 요사스럽고 간특하다는 뜻인데, 공연장에서는 그 발음을 명확하게 잡아내기 힘들었다. 영화관에서는 좀 더 또렷하게 들렸다.

대본을 쓴 장성희 극작가는 "공연성, 연극성을 영화가 잘 전달할까 궁금했는데 공연계에 도움이 되는 실험이고 제3의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GV에서 과감한 선택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서울예술단의 공공성 측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영국의 NT라이브, 미국의 뉴욕 메트처럼 국립단체로서 선도적으로 시작한 영상화 작업"이라면서 "국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노력하겠다. 단순한 기록 영상이 아닌, 영화관에서 상영을 해도 문제가 없는 완성도"라고 자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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