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 칼럼] 시가총액서 자사주 빼야

김충제 2021. 2.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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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재무학에서 주주환원정책(payout policy)은 자본구조 또는 부채비율과 함께 핵심적인 기업 재무정책이다.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을 유통주식수(shares outstanding)라고 하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수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자사주를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한다.

우선 시가총액이 자사주만큼 과대평가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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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재무학에서 주주환원정책(payout policy)은 자본구조 또는 부채비율과 함께 핵심적인 기업 재무정책이다. 전통적으로는 현금배당이 주주환원의 핵심 수단이었으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share repurchase)이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자사주 또는 자기주식(treasury shares)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기업이 다시 재매입한 것으로, 기업 재무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의 정반대 현상이다. 신주 발행이 외부자금을 조달하고, 조달한 금액만큼 주식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면, 자사주 매입은 내부자금을 활용해 유출된 금액만큼 주식수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회계적으로도 매입 자사주는 자본 차감계정으로 자기자본을 감소시키며, 물론 의결권과 배당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을 유통주식수(shares outstanding)라고 하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수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자사주를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한다. 이는 이론적·실무적으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시가총액이 자사주만큼 과대평가돼 발표된다. 필자의 연구 결과(한국증권학회지 제29권 2호, 2020)에 의하면 자사주가 포함된 시가총액은 이를 제외한 경우에 비해 평균 약 6%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자로 하여금 자사주 포함 시가총액이 진정한 시가총액인 것으로 오해하도록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예컨대 발행주식 총수가 100만주이고 기매입 자사주는 50만주이며, 현재 주가가 10만원인 상장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이 회사 지분 전체, 즉 배당권과 의결권 전체를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0억원이 아니고, 500억원임은 자명하다. 즉 이 기업의 진정한 시가총액은 발표되는 1000억원이 아니고,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50만주의 가치인 500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가총액을 재계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상당수 국내 투자자들은 발표 시가총액 1000억원을 실제 시가총액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사주 50만주를 소각할 경우 현재 주가 10만원이 20만원이 되어 주가는 상승하고, 시가총액은 불변일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진다.

실제 필자에게 e메일로 위와 같은 내용을 질의한 투자자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50만주 소각이 이뤄지면 주가는 변동이 없고, 발표되는 시가총액만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기계적으로 축소된다. 지난 20년간 총 206건의 자사주 소각일 전후로 주가와 시가총액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평균 소각 비율은 2.8%, 평균 시가총액 감소율은 -3%로 둘 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반면 주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부가치(자사주 차감)와 시장가치(자사주 포함)가 불일치함에 따라 주당순이익(EPS), 주가수익비율(PER) 등 관련 주당 지표에도 심각한 왜곡이 발생한다. 현재 실무적으로 주당순이익을 계산할 때 분모는 자사주를 포함하는 반면 주당 배당금을 계산할 때는 배당이 명백히 지급되지 않는 자사주는 어쩔 수 없이 제외하는 웃지 못할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언론에서 지배주주를 포함한 임직원의 해당 기업 주식 매수를 '자사주 매입'이라고 지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주와 기업을 분리하고 있는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무시하는 매우 전근대적인 용어상의 혼란으로 '임직원 또는 내부자의 주식 매입'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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