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공무원에 '빛'을 선물한 사회복무요원
구청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구청 내부 구조를 손쉽게 알 수 있는 안내 지도(컴퓨터 파일 문서)를 만들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이준혁(25) 씨는 지난 해 12월 컴퓨터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 ‘광산구청 텍스트 안내도’라는 전자 문서를 만들었다. 모두 9장으로 구성된 문서에는 광산구청 1~9층의 각 층별 사무실 구조가 단면도처럼 담겨 있다.
문서 파일을 처음 열면 스피커에서 ‘중앙홀’이라는 음성이 들린다. 왼쪽 방향키를 누르면 차례로 ‘벽’, ‘교통지도과’ ‘교통행정과’라는 안내음이 나온다. 반대 방향키를 누르면 다시 ‘교통행정과’ ‘교통지도과’ ‘벽’ ‘중앙홀’ 등으로 내부 구조를 안내한다.
이 안내도 제작은 이씨가 시각장애인인 구청 공무원 박성진 주무관을 만나면서 비롯됐다. 이 문서를 만들기 전까지 박 주무관은 구청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워 답답해했다. 시각장애인용 스틱과 몸으로 더듬으며 각 부서 사무실과 시설물 위치를 겨우 파악해 놓으면 얼마 후 인사·부서 이동으로 그 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다.
박 주무관과 같은 부서에서 행정사무를 보조하던 이씨는 이 같은 사정을 알고 박씨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대학에서 배운 컴퓨터와 프로그램의 원리, 시각장애인용 컴퓨터의 특성을 활용해 구청 안내지도 문서 제작에 나섰다. 방향키와 음성메시지를 이용해 구청 몇층에 무슨 사무실과 시설물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전자 문서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문서를 만든 뒤 박 주무관은 컴퓨터 방향키의 움직임과 함께 구청 전체 구조를 머리 속에 하나씩 그림처럼 입력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부서 이동이 있으면 문서 속 몇 칸의 단어만 새로 고쳐 입력하면 된다.
박 주무관은 “공직 첫 근무지에서 준혁 씨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그의 도움은 단순한 선행을 넘어 시각장애인인 내가 공직 사회에 적응하고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고마워했다.
오는 5월 복무를 마치게 되는 이씨는 “대학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친 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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