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 새로운 변수될까..'MB 국정원 사찰' 파장에 관심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이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를 겨냥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당 차원의 대응을 공언한 더불어민주당은 “잘못이 드러나면 박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형준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정무수석을 지냈다.
민주당 “중대범죄…선거 있어도 못 덮어”
민주당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이날 발의한 ‘국정원 사찰 정보 공개 촉구 특별 결의안’에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범여권 국회의원 52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문제 해결 의지가 있으면 (사찰 자료 목록이라도) 자발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끝까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상임위 의결로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7일 최고위원회에서 정보위원들의 보고를 받은 뒤 당의 대응 방침을 결정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상임위 차원에서 다룰지, 당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지 결정해야 하는데 후자 가능성이 높다”라며 “사찰 자료 공개청구도 의원 개인별로 할지, 당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15일 사찰 의혹과 관련해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강한 어조로 국정원을 압박했다.
박형준 관여 불분명…부산 선거영향 미지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부산 선거 판세 뒤집기 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형준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판세를 흔들기 위해 민주당과 국정원이 합작해 사찰 문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후보가 부산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는데 이 정권 들어와서 적폐청산 한다고 하면서 6개월 동안 탈탈 털었는데 그때 뭐가 나왔느냐? 4년 동안 적폐 청산을 하고 지금 와서 이것을 꺼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엄중한 불법행위인 만큼 진상 공개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 판세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우리가 선거를 앞두고 파헤친 게 아니다. 언론 보도로 알게 된 거고 그 내용에 박 후보가 관여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의 또다른 관계자도 “선거 때문이라면 민주당이 먼저 움직였어야한다. 민주당 의원실을 출처로 적시해 보도된 기사가 하나라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도부 소속 의원도 “선거용이 아니냐고 언론이 의심할 수는 있는데, 국민의힘이 ‘선거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국정원의 사찰 행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박 후보가 관련 내용을 보고 받는 ‘보고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언론보도는 있지만, 직접 관여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지원 원장이 ‘이 이슈가 선거에 연결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와 연관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공개된 정보에서 박 후보와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일단 지켜보자” “박지원 정치 공작”
국민의힘도 아직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가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전방위 사찰을 했다는 사실은 두차례에 걸친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로 어느 정도 알려진 내용인데다, 사찰 문건들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어 전체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남경필 전 의원 문건 등 이명박 정부 당시 여당 의원에 대해서도 사찰을 했단 사실은 다 알려진 내용 아니냐”며 “이번 사찰 파일은 개별 대상자들의 개인정보이며, 사회적 평판과 인격에도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문건이 공개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정치공작”으로 역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사안이 처음 불거진 게,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사찰 문건이 있다’는 내용을 확인해준 에스비에스 보도였다. 국회 정보위에도 관련 내용을 보고 않는 국정원이 왜 이 시점에 그런 내용을 흘리는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국정원 메인컴퓨터는 물론 직원들의 컴퓨터까지 탈탈 털었다. 그때도 나오지 않던 국회의원 동향사찰 문건이 갑자기 어디서 쑥 튀어나왔는가”라며 “마침 국정원장이 박지원 전 의원이다. 본인은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박 원장은 ‘정치적 술수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다. 정치적 술수가 한발 더 나아가면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 “역풍 가능성도…쟁점화 신중해야”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 사안을 쟁점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국정원 개혁은 제도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찰 문건을 공개한다고 해서 개혁동력으로 삼을 상황도 아니다. 피해자들이 적극 나서지 않을거라서 피해상황이 전파되기도 쉽지 않다”라며 “선거에 개입한다는 오해나 권력기관 너무 쥐고 흔든다는 인상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김원철 노현웅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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