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대 모바일 계좌이체 10분 걸려 "그림만 잔뜩 있고 글씨는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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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주긴 했는데 매번 헷갈려요. 그림이 잔뜩 있는데 뭔 뜻인지 모르겠고, 글씨도 안 보여서."
임자영(71·가명)씨는 지난해부터 이체 같은 은행 일을 볼 때 창구를 찾는 대신 스마트폰 앱을 자주 이용한다.
청운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65~80세 노인 8명을 대상으로 은행 모바일 앱에 로그인해 계좌 잔고를 확인하고 이체한 뒤 결과까지 확인하도록 부탁했는데, 노인들은 모든 작업을 끝내는 데 평균 7분 46초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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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으로 구성된 메뉴 해석 어려워
불편사항 반영한 앱 쓰면 2분대로 줄어
금융위 노인 전용앱 가이드라인 마련
“애들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주긴 했는데 매번 헷갈려요. 그림이 잔뜩 있는데 뭔 뜻인지 모르겠고, 글씨도 안 보여서….”
임자영(71·가명)씨는 지난해부터 이체 같은 은행 일을 볼 때 창구를 찾는 대신 스마트폰 앱을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눈이 침침해 몇 번을 잘못 누르고 나서야 겨우 손주 용돈이라도 부쳐 줄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3월부터 시중은행들이 금융 서비스의 온라인화 속도를 높이면서 노인 세대도 스마트뱅킹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앱 구성 등이 고령층엔 친화적이지 못해 임씨처럼 애먹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실제 실험을 해봤더니 간단한 계좌 이체에도 7분 이상 걸렸다. 금융위원회는 고령층 전용 앱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신문이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위원회의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보고서에 담겼다. 청운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65~80세 노인 8명을 대상으로 은행 모바일 앱에 로그인해 계좌 잔고를 확인하고 이체한 뒤 결과까지 확인하도록 부탁했는데, 노인들은 모든 작업을 끝내는 데 평균 7분 46초가 걸렸다. 또 아이콘을 잘못 누르는 등 평균 2.6회 실수했다. 실험에 참여한 남성 A(72)씨는 네 번이나 실수해 이체에 9분 14초가 걸렸다. 20대인 서울신문 기자가 시중은행 앱으로 같은 작업을 했는데 53초 걸렸다.
노년층이 은행 앱 활용에 애를 먹는 건 매뉴 구성 등이 복잡해서다. 실험에 참가한 이들은 “집 모양처럼 생긴 아이콘(부동산 관련 메뉴)이 보이는데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거나 “폰트가 작아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바탕색과 글자색이 비슷해 안 보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예컨대 지구본 모양이 표시된 환전 서비스, 카드 모양이 그려진 간편결제, 돋보기 모양인 계좌조회 아이콘 등은 청년층이 이해하기엔 무리가 없으나 노년층은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수도권과 인천, 부산에 사는 50대 이상 시민 165명에게 설문조사해 보니 응답자의 68.5%가 온라인뱅킹과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연구팀이 고령층이 느끼는 불편 사항을 반영해 앱을 수정한 뒤 노인들에 다시 계좌 이체를 부탁해 보니 작업 시간이 평균 2분 40초로 현저히 줄었다. 은행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노년 고객들이 훨씬 편히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18개 시중·지방·특수·인터넷은행의 예적금과 펀드액 가운데 60대 이상 자금 비율은 32.0%에 달한다. 그만큼 노년층은 은행의 주요 고객이다. 윤 의원은 “은행권에서는 점포를 줄이면서 노인들한테 모바일을 하라고 떠밀기만 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나 은행권은 어르신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모바일앱 개발 등 금융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 점포 수 축소에 따른 고령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창구를 마련하고 고령층 전용 앱을 개발하는 등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보고서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 “향후 금융회사에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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