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확대, 보궐선거 전 지급.. 곳간 비어가는데 '재정 정치화' 심각
재정의 정치화 공방이 확전되고 있다.
지난해 국세 수입 감소폭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재정 '곳간'은 비어가고 있지만 여당에서는 재난지원금 확대 집행과 보궐선거 전 조기 집행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와 재정의 분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심한데, '보편+선별'?
16일 당정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4월 7일에 예정된 '2021년 재보궐선거' 이전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청이 4차 재난지원금 협의를 시작해 추경 조기편성 원칙에 합의했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 추경 편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코로나 장기화로 자영업 소상공인 피해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설 직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빠른 집행과 폭넓은 편성을 요구하는 여당과 정부는 한동안 이를 두고 마찰음을 냈다. 여당에서는 '선별+보편' 카드를 꺼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여당의 요구대로 지원안이 확정되면 최소 20조원, 많게는 30조원까지 재원이 필요하며 보궐선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슈퍼추경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갈등이 심화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당정 간 갈등을 진정시키는 목적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여당의 주장을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국세로 총 285조5000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7조9000억원(2.7%) 감소했다. 2019년(-1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국세 수입이 줄었는데 이전에 없던 일이다. 법인세 수입은 55조5000억원으로 1년 전과 견줘 16조7000억원(-23.1%) 급감했다.
그럼에도 정부 씀씀이는 커지고 있다. 기재부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 제외)는 98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들어오는 돈보다 100조원 가까이 더 많이 써 고스란히 적자로 쌓였다는 의미다.
■"민주주의 허무는 범죄행위"
이런 상황에서 '재정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정부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사무처 연구용역으로 작성된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재정지출구조조정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재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건 민심의 왜곡을 초래하고 민주주의 기반을 허무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정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의 논리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국민의 소득에서 세금을 걷어 다시 나눠주면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라며 "전달체계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으로 오히려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효과에 비해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선 지난해 총선 직후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인기영합적 지출'이라고 날을 세웠다. 보고서는 "'갑(甲)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A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겠다'와 같은 발언을 책임 있는 정치인이 했다"면서 "구체적인 지급기준들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급부터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재정을 책임지는 기재부에서도 '재정의 정치화'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재정당국 입장에서 선거를 고려할 여지가 없다"며 "지난 세 차례의 재난지원금도 사실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서 지급됐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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