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수출제한' 카드 쥐고 美에 "협력하라" 으름장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최종일 기자,최서윤 기자 = 중국 정부가 대미(對美) 압박카드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를 꺼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희토류 17종의 생산 및 수출에 대한 규제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F-35 전투기 등 미국 전략물자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중국 정부의 희토류 무기화 암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한 으름장으로 읽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중 무역갈등 완화 등 양국관계를 개선하고자 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통한 대중(對中) 압박 행보를 점차 강하게 보이고 있는 게 주요인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지속적으로 양국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또다시 희토류 무기화 암시=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시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 고조됐던 2019년 5월 희토류 공장을 방문했다. 당시 희토류 수출 금지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에 가장 강력한 반격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뒤이어 중국 경제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대변인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압박의 수위를 높여 주목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의 입인 환구시보 편집장도 당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략물자와 첨단기술 등의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수출관리법 시행에 들어갔다. 자국 안보에 위해가 되는 전략 물품을 외국기업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번 희토류 규제 조치 검토에 대한 근거법이기도 하다.
희토류는 전략 물자 외 스마트폰과 전기차, 풍력터빈 등 첨단제품의 필수 원료로도 꼽힌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 점유율은 세계 37% 수준이지만 실질적 공급 비중은 90%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미국 내에서는 이미 희토류의 자국 생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던 터다. 지난해 대중 매파인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공화당·텍사스)은 희토류의 미국 내 생산을 촉진시키는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대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으로 이슈 중요도가 뒤로 밀렸다.
◇'미중협력' 속내 담긴 듯=중국 정부가 이번에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꺼내든 속내에는 미국이 대중 압박을 그치고 자국과 협력하길 바란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FT에 인용된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F-35 전투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정부가 알고 싶어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현 단계는 검토 상황, 즉 미국에 대한 경고 단계임을 시사했다.
앞서 중국은 여러 차례 바이든 정부를 향해 미중관계 진전을 촉구했었다.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일(이하 현지시간) 미중관계 전미위원회(NCUSCR)가 주관하는 국제포럼 화상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관계를 진전시킬 준비가 됐다"며 "중미 간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8일 사설에서 "중국과 미국이 경쟁과 함께 협력한다면 양국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미중정상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음력 설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한 데에 "더 큰 통합과 우호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를 중국의 '미국 길들이기'로 보고 응하지 않을 경우, 실제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조치를 이행할지도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시 희토류 수출을 몇 주 중단했던 적이 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 '경쟁국들이 자체 생산 능력을 개발하도록 자극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중국은 실제 이행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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