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10분의 1로 '뚝'..인도 확진자 급감 미스터리

김영현 2021. 2.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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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0만명 육박서 9천100명으로..거리에는 사람들로 혼잡
전문가도 분석 난감..집단면역·젊은 인구·통계 오류 등 여러 설
인도 뉴델리의 마스크를 쓴 행인. [EPA=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구 대국' 인도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해석을 놓고 전문가들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 속에 거리에는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이들로 넘쳐나지만, 감염자 수는 오히려 크게 줄어드는 미스터리 같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6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천92만5천710명으로 전날보다 9천121명 늘었다.

지난해 9월 중순만 하더라도 10만명에 육박했던 신규 확진자 수가 불과 5개월 만에 10분의 1로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다.

하루 50만∼80만건에 달하는 검사 수 대비 확진자 발생 비율은 1∼2%대에 불과하다.

하루 신규 사망자 수도 최근 100명안팎에 그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하루 1천명 넘게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19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분위기인 셈이다.

인도 국민 대다수의 일상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양상이다. 대도시 거리에는 교통 혼잡이 심각하고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특히 밀집 주거가 대세인 시골과 빈민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처럼 최악의 바이러스 감염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잡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극적으로 상황이 호전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인도에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뉴델리 당국이 지난달 진행한 혈청 조사에서 주민 2천만 명 가운데 56%가 이미 코로나19에 노출됐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집단면역은 지역 주민 상당수가 특정 감염병에 면역력을 갖춘 상태를 뜻한다. 일단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추가 감염자가 생기더라도 급속한 확산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 기관인 인도의학연구위원회(ICMR)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전국 3만5천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대상자 중 21.5%에서만 항체가 발견됐다.

일부 전문가는 "20%대의 항체형성률로는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한다.

인도 잠무의 시장. [AP=연합뉴스]

또 다른 이들은 인도인의 면역력이 남다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상당수가 평소 불결한 위생환경과 다양한 병원균에 노출되면서 바이러스 감염에 체질적으로 강하다는 것이다.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의 인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인도가 코로나19에 잘 버틴다는 주장도 있다.

인도에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의 것보다 덜 치명적인 변종이라는 분석도 있고, 비교적 고온다습한 인도의 날씨가 감염률을 낮춰준다는 지적도 있다.

생계 지장을 우려한 저소득층이 감염 증세가 있음에도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고, 검사 오류와 부실한 통계로 인해 감염 실태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뉴델리 등의 코로나19 병상에 상당히 여유가 생기는 등 병원을 찾는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염자 급감의 원인을 통계 오류로만 설명하기는 무리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 습관이 국민 몸에 익었고 생활 방역에 신경을 쓴 덕분에 확진자가 줄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일부 지역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균일하게 확진자가 감소했다"며 정부의 원인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 발생 추이. [월드오미터 홈페이지 캡처]

다만, 전문가들은 인도의 이같은 확진자 감소세가 지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새로운 핫스폿(집중 감염 지역) 등장 등 여러 변수가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조지타운대 소속 보건경제학자인 지슈누 다스는 AP통신에 "3∼4개월 뒤에 (확산세가) 다시 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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