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장 선임 앞둔 전경련..기업들 "이참에 확 바꾸자"
허창수 회장 후임 안갯속
재계 "정부가 규제 쏟아낼 때
전경련, 제 역할 못했다" 지적
"대한상의·경총 합종연횡해
한국판 헤리티지재단 돼야"
경제단체 거버넌스 변화로 인해 기존 경제단체 문화에도 새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1960년대에 태어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단에 합류하며 재계에 젊은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예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단체 주요 임원진을 차지하고 있던 전통 '장수' 기업이 아니라 창업 후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청년' 기업 최고경영진의 급부상은 경제단체의 '환골탈태' 서막을 알리고 있다. 반면 허창수 전경련 회장 후임 인선에 관한 논의는 전혀 없어 재계 일부에서는 "쇄신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지가 약해진 전경련이 현상 유지에 주력할 게 아니라 달라진 재계 환경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국내 경제단체 간 합종연횡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이어 26일 총회를 열어 허 회장 연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허 회장은 2011년 이후 제33~37대 전경련 회장을 잇달아 연임해왔다. 24일 이사회는 2017년 전경련이 '해체 직전 위기'를 맞았을 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분위기는 판박이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 파문으로 인해 국내 4대 그룹이 잇달아 전경련을 탈퇴했고, 이 때문에 후임 회장을 결정해야 할 이사회에서 후임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올해 이사회도 비슷한 양상이다. 후임 회장에 관한 언급이 없을 것으로 재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유는 당시와 다르다. 전경련 위상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총대'를 메고 회장직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 더해, 후임 회장을 영입하기 위한 대외 움직임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전경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회장단·위원장단 소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회장단 명단에는 고인이 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물론 그룹 경영에서 퇴진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등의 이름이 고스란히 올라가 있다.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비판에도 전경련은 한국경제연구원을 비롯한 조사연구 조직의 경험과 수준이 국내 톱 클래스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조직 분위기가 정체돼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단체를 선도할 '오피니언 리딩' 기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단체 간 합종연횡을 도모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대한상의, 경총 등을 중심으로 전경련을 합쳐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해 한국판 '헤리티지재단'을 만들자는 견해다. 지난해와 올해 초 잇달아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정부와 여당 주도로 별다른 재계 의견 수용 없이 통과됐다는 점도 이 같은 여론을 형성하는 배경이 됐다.
차기 대한상의 회장으로 내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경식 현 경총 회장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합종연횡 움직임이 현실화할지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은 바 있어 대를 이어 인연을 맺을지 주목된다. 손 회장은 경총 회장을 맡기 전 대한상의 회장을 역임하며 경제단체에 대한 이해도가 그 누구보다 높기 때문에 역시 통합을 실행해 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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