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신고제 맞아?..옆집 전셋값은 11월에나 알수 있어
6월 신고제 전면도입 앞두고
4월 시범적용 지역부터 시행
허위신고 적발땐 과태료 부과
전월세시장 투명성 내세우며
데이터공개는 또 11월로 미뤄
집주인들 과세정보 노출 꺼려
매물 축소·월세전환 가속 우려
◆ 전월세신고제 4월 시범시행 ◆
다만 정부는 신고된 데이터에 대한 실거래 정보는 11월부터 시범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7월 '군사작전하듯' 국회에서 소위원회 심사도 없이 밀어붙였던 임대차법 처리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기습 도입 당시 시장 전문가들이 일제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월세신고제를 제외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먼저 시행했다. 각종 거래 행위를 가늠하는 기초가 되는 신고제가 빠진 상태에서 임대차 시장에 파급력이 큰 제도들이 졸속으로 도입됐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거래 정보 공개 일정은 올 6월에서조차 또 한 차례 미뤄지게 된 셈이다. 신고 의무만 부여하고 데이터 공개는 늑장으로 이뤄지는 셈이라 '시장 투명성 강화'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당분간은 무색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4월에는 시범 적용 대상 지역에서 제도가 시행된다. 6월부터는 전월세신고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가지만 실거래 데이터 공개는 11월에야 시범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시범적용지역이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어느 지역이든 시범적용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신고제 시범 시행 지역은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아본 뒤 결정할 계획"이라며 "일부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고와 정보 공개 간 시차는 국토부가 신고된 데이터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시장에 유의미한 정보가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석 달 정도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임대차신고제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신규 전월세 계약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오히려 다른 계약에까지 급격한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돼 별도 장치 없이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집주인 입장에선 '사각지대'에 있던 임대소득이 과세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고,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분리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임대소득을 줄이거나 누락시키는 일이 상당했다. 신고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어떤 식으로든 커지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실거래 자료가 쌓이면 지금까지 정부 영향권 밖이었던 고액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도 가능해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고제를 도입하게 되면 과세 정보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임대차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전세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전월세 임대 물량 감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 7월 평균 4억9922만원이던 서울 전셋값은 지난달 말 5억8827만원으로 1억원가량 올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전월세신고제 시기를 앞당긴 배경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월세신고제의 경우 지역별 거래 금액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후 더 강한 부동산 규제로 가는 전초전이 될 수 있다"며 "지자체와 협의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전월세 시장이 불안한 서울 강남3구 등이 상징적인 측면에서 우선 적용 대상이나 집중적인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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