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화제됐지만..초보 배달 1시간 수입 겨우 7170원

이지용,백상경,전경운,조성호,오찬종,양연호,송민근 2021. 2.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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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기자 배달알바 해보니
배달가방 준비부족 우왕좌왕
최저임금만큼 벌기 쉽지 않아
시급높은 논술과외 나섰지만
플랫폼회사 수수료 왕창 떼가
"경기 회복될 때까지 N잡 열풍"

◆ 일자리 판이 바뀐다 ② ◆

직장이 있으면서 부업까지 하는 `N잡러`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 가운데 세종시에 있는 한 빵가게에서 배달 체험에 나선 본지 송민근 기자가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조성호 기자]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재확산과 역대급 장마·태풍까지 겹치자 배달 수요가 폭발했다. 라이더가 없어 주문을 더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같은 대형 배달 플랫폼에서 웃돈을 얹어주며 '배달 라이더 모시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배달 라이더 억대 연봉'이라는 기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배달 라이더가 하루 57건을 배달해 연간 1억1200만원을 번다는 내용이었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일감 증가와 주 52시간근무제로 시작된 노동시간 감소는 많은 직장인을 'N잡러(여러 개 직업을 가진 사람)'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잘하면 억대 연봉 '대박'이라는 'N잡'에 기자도 직접 도전해봤다. 지난 4일 오후 6시 40분께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약 8분 후 대망의 첫 배달이 들어왔다. 세종시 도담동의 숙소 인근 초밥집에서 3.6㎞ 떨어진 아파트로 배달을 하면 되는 임무였다. 오토바이 운전 경험이 없던 기자는 자전거로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 한파에 대비해 목도리·롱패딩으로 중무장했지만 배달에 사용할 자전거 자물쇠를 풀다 보니 벌써 손이 꽁꽁 얼어붙었다.

초밥집에서 초밥을 받아 들고 한창 페달을 밟고 있을 때쯤 사고가 터졌다. 자전거 손잡이에 걸었던 종이가방의 손잡이 한쪽이 맥없이 '툭' 끊어졌다. 첫 배달부터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초밥집의 특급 포장 덕에 음식은 쏟아지지 않았다. 7시 12분 간신히 배달은 마쳤다. 주문한 고객에게 음식을 건네며 음식이 조금 쏠렸을지 모른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배달인 치킨을 건네고 온 시간이 7시 55분께. 기자의 스마트폰이 벌써 배터리 '아웃' 신호를 보냈다. 한파 속 계속된 앱 사용은 78%였던 배터리를 1시간여 만에 12%로 떨어뜨렸다. 결국 튼튼한 배달가방과 보조배터리의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고 투잡 도전의 첫날을 끝마쳐야 했다. 배달을 마친 뒤 '내 평점'을 확인했다. 결과는 '나쁨'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됐다. 그 아래 '늦게 도착' '흘렀음·훼손됨' '음식 온도' 세 가지 이유도 빠지지 않고 체크돼 있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30분. 4일 저녁에 했던 두 건의 배달료로 7170원이 입금됐다. 입금자명은 '쿠팡위탁수수료'로 받아야 할 7200원에서 30원만 떼고 입금됐다. 요령 없는 초짜의 배달 투잡 도전기는 시급 7170원으로 끝났다. 2021년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이다.

배달 업무의 고달픔을 깨닫고 새로 도전한 일은 과외였다. 대학생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동네의 숨은 고수를 연결해준다는 '숨고' 앱을 깔고선 논술을 가르치겠다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장문의 글을 써 올렸다. 당초 중·고등학생 입시용 논술을 가르치면 되겠다고 올린 소개였지만 정작 연락이 온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독서논술 과외였다. 한 시간에 1만8000원. 배달에 비해 확실히 수입은 짭짤했다. 문제는 수수료. 견적을 물어올 때마다 플랫폼회사에 680원이라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배달이건 과외건 체력과 결심이 없이는 부업으로 의미 있는 돈을 벌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N잡'에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이 몰리는 건 코로나19 이후로 고용과 소득 불안정, 또 코로나19 이전 정부의 주 52시간근무제 정책에 따라 일하고 싶어도 충분히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기준 상용근로자 중 'N잡'을 뛰는 인원은 13만9000명이다. 'N잡러'는 매년 1월 기준 2018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으며, 올 1월 13만9000명은 역대 최대 규모다. 'N잡' 체험에 나선 기자처럼 고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했으면서도 다른 부업을 벌이는 인원이다. 상용직 'N잡' 외에 임시근로자, 일용근로자, 자영업자 중 'N잡'을 뛰는 인원을 모두 합하면 34만4000명에 달한다. 추경호 의원은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세금주도형 일자리 만들기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해 국민은 부업까지 찾아보는 상황"이라며 "각종 규제 등 기업이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해 시장주도형 일자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경기가 나아져 가계소득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N잡 수요도 이어질 것"이라며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발달도 부업에 나서는 인원을 꾸준히 증가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백상경 기자 / 전경운 기자 / 조성호 기자 /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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