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양그룹 50년 장학사업..억울한 과세폭탄 피했다

전경운 2021. 2.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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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43억 증여세 취소
특수관계인 이사선임 과정
직원 단순 실수로 밝혀져
"공익재단 관련 규제 완화해야"

국내 장학재단의 효시인 삼양그룹 공익법인에 부과됐던 수십억 원 증여세에 대해 조세심판원이 부과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조원대 기부를 약속하고 정치권도 기업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고 나선 상황에서 공익재단에 대한 깐깐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16일 세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세심판원은 삼양그룹 공익법인인 수당재단에 관할 세무서가 2019년 부과한 증여세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수당재단은 1968년 창업주인 고 김연수 삼양그룹 회장 등이 주식을 출연해 설립한 장학재단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과 교수·연구단체를 대상으로 매년 학비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세청은 2018년 성실공익법인인 수당재단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출연자인 고 김 명예회장의 특수관계인이 2013년 8~12월 등기이사로 재직해 해당 사업연도에 이사 6명 중 2명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인이었던 것을 확인했다. 이에 수당재단이 성실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매겼다. 현행법 따르면 일반 공익법인은 의결권 있는 주식에 대해 5%까지만 증여세를 면제하고, 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세금을 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당재단이 2013년 당시 성실공익법인 요건인 '이사 현원 가운데 출연자 및 특수관계인이 5분의 1을 초과하지 아니할 것'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고 과세당국이 5%를 넘는 지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수당재단은 2019년 말 총자산의 12%에 해당하는 규모의 증여세를 부과받았다고 밝혔는데, 2019년 기준 총자산이 36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3억원대 증여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수당재단이 이사 선임 요건을 위반한 것은 직원의 단순 실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계열회사에서 퇴직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임원은 특수관계인 범위에 포함되는데 직원이 이사 선임 제한 기간 5년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해당 임원을 4개월 만에 재단 이사에서 사임했다.

조세심판원은 기존 심판례와 재단 측 호소를 받아들여 증여세 부과를 취소했다. 수당재단은 지금까지 중·고등학생과 연구단체 등에 100억원에 달하는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했는데, 증여세 과세로 50년 넘는 재단의 명맥이 끊길 뻔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주식 출연 규제를 완화하고 사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익법인의 주식 출연이나 취득 규제에서 벗어나 조세회피 여부 등을 따져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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