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학폭' 덮는 '침묵의 카르텔'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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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28)과 심경섭(30)에게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올린 글의 일부 내용입니다.
해당 피해자 외에도 많은 학생 선수 출신의 피해자들이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 운동부 문화를 폭로하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부는 그동안 부조리한 문화가 일부 개선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성적ㆍ진학ㆍ취업을 명분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묵인과 방조, 은폐 등이 고착화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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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구선수가 되고 싶었기에 아무런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이슈도 만들지 않았는데...(중략) 나는 그 당시의 힘든 기억들이 잊혀지지가 않고 평생 갖고 살아야 할 육체적 통증이 있어"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28)과 심경섭(30)에게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올린 글의 일부 내용입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급소를 때려 수술까지 받았다"며 끔찍했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피해자는 그 사건 이후 가해자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짓궂게 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했습니다.
해당 피해자 외에도 많은 학생 선수 출신의 피해자들이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 운동부 문화를 폭로하고 있습니다. 왜 학생 선수들은 끔찍한 폭력에 시달렸음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 학교 운동부 '침묵의 카르텔'…은폐되는 폭력
"심지어 감독조차 그 당시에 이 일을 덮고 싶어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사정사정하더라. 내가 배구에 대한 미련만 없었어도 그때 용기 내서 다 말했어야 하는 건데 싶은 후회를 정말 10년을 갖고 살았어"
학교 폭력 문제가 비단 학생 선수들과 학교 운동부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 학생들의 학교 폭력 문제는 지금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다만 학생 운동선수들의 학교 폭력 문제는 그 실태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은 속성이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과 떨어져 위계질서가 상대적으로 강한 문화에서 운동하고 생활합니다. 폐쇄성이 강한 '합숙 훈련'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배구계 학폭 사태에서 보듯이 단체 종목에서 기량이 뛰어난 학생이 가해자일 경우 특히 더 그렇습니다.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해자가 중징계로 빠질 경우, 지도자나 학교 입장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서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큽니다.
또 신고를 할 경우, 오히려 선배나 동료를 신고했다며 따돌림받는 등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송명근과 심경섭에게 폭력을 당한 피해자도 "감독조차 그 당시에 이 일을 덮고 싶어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사정사정 하더라"면서 당시 배구 선수라는 꿈을 위해 침묵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학생이 고통을 호소해도 부모님이 자녀의 스포츠 선수로서의 앞길을 위해 참자고 덮어두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 구조적·문화적 개혁 통해 '침묵의 카르텔' 깨야
학교 운동부의 폭력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닙니다. 원론적이지만 지속적인 예방 교육과 실태 조사는 물론, 폭력이 적발될 경우 일벌백계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시 합숙 훈련과 합숙소를 폐지하고 체육특기자 제도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인권위의 합숙소 폐지 권고는 2007년에도 있었지만, 학교 운동부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구조적 개혁뿐만 아니라 문화적 개혁 또한 필요합니다. 바로 앞서 지적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것입니다. 학교 운동부는 그동안 부조리한 문화가 일부 개선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성적ㆍ진학ㆍ취업을 명분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묵인과 방조, 은폐 등이 고착화돼 있습니다.
학생 선수는 선수이기 전에 학생입니다. 학교 체육에서도 교육적 가치가 우선돼야 합니다.
허정훈 중앙대 교수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메달과 성적은 있고 인성과 교육이 없는 학교 스포츠는 언제든 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다. 지도자와 교사들의 스포츠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성공을 위해 폭력에 눈감고 길들여진 학생 선수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게 될까요? 이제는 체육계 학교 폭력의 대물림을 막아야합니다.
학부모들도 '조금만 참으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깨야 합니다.
하무림 기자 (hagos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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