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영업에도..익숙해진 '9시 통금' 우르르 집으로"

강수련 기자 2021. 2. 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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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손님 없어..1시간 더 있다 갈 뿐" 자영업자 푸념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9시든, 10시든 당분간 같을 것"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15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불 켜진 간판 사이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1.2.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밤 9시가 지나자 한 테이블만 남고 다들 나가던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로 전날(15일)부터 수도권 지역 식당·주점·노래방 등이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 수 있게 됐지만, 첫날 밤 영업을 했던 자영업자 대부분이 손님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6일 <뉴스1>이 만난 자영업자들은 전날 오후 9시 이후 손님이 늘기보다는 이미 왔던 손님이 마감시간인 10시까지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9시가 되자 자리를 파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법조단지 근처 먹자골목에서 7년째 고깃집을 운영한 정모씨(45)는 전날 영업이 잘 됐냐는 질문에 허망한 웃음을 지었다. 1시간 영업을 더 해봐야 소주 1병 더 팔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현실과도 달랐다고 했다.

퇴근 후 식당을 찾은 몇몇 테이블 손님들은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오후 9시가 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마 남은 한 테이블도 추가 주문 없이 마감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씨는 "사람들이 오후 9시 '통금'에 익숙해졌다"며 "영업가능시간이 9시든 10시든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고속터미널 근처에서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백모씨(80) 가게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거리두기 단계 완화 첫날 영업준비를 하면서도 큰 기대가 없었다던 백씨는 "전날 오후 9시가 지나서 들어온 손님은 3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마저도 식사만 간단히 하러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백씨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영업제한 시간이 9시든, 10시든 당분간은 비슷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시간 영업완화 조치에 오히려 화가 났다는 업주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의 법조타운에서 10석 규모의 작은 요리주점을 하는 박모씨(29)는 "어제 좌석이 다 찬 상태에서 손님들이 10시까지 머물러 테이블 순환이 전혀 되지 않았다"며 "영업시간 제한 전에는 마감까지 4번 정도 순환이 됐었는데 9시로 제한되고 난 뒤부터는 똑같다"고 했다.

박씨는 "자영업자들 달래주려고 1시간 더 영업을 완화해준 것 같은데 오히려 장난치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강모씨(43)의 가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강씨는 "노래방은 밥 먹고, 볼일도 본 뒤에 오는 업종이기 때문에 오후 8시에 급하게 들어오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10시까지 영업이 완화되니 8시에 온 손님들이 1000원, 2000원 더 쓰고 가는 정도였다"고 밝혔다.

강씨는 "인건비를 줄 돈이 없어 온 가족이 매달려서 하루종일 가게를 지키고 있다"며 "손님이 1곡만 부르고 나가도 앞뒤로 소독을 잘 하고 있으니 영업시간 제한을 완전히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 송파구의 다른 상가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수궁씨(59)도 어제 매출을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날 9시 이후 김씨의 가게에 남아있던 손님은 1팀이었다. 그마저도 8시에 들어와서 마감까지 있다 나갔다고 했다.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영업장을 반으로 줄였다는 김씨는 "영업정지를 당한 이후 다시 영업을 재개해도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며 "특히 밤 늦게 손님이 몰리는 당구장 특성상 영업시간 제한 1시간만으로는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밤 10시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영업제한을 더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사람들이 이미 9시 귀가에 익숙해진 탓에 10시로 완화되더라도 매출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정까지라도 영업을 허가해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구장을 사장 김씨 역시 "9시 영업제한으로 사람들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전체적으로 영업제한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손님들이 거리에 많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확진자 수가 조금 더 줄어들면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영업제한이 완화된 PC방에는 손님들이 몰린 모습이었다. 서울 송파구의 100석 규모 PC방 아르바이트생 A씨(20대)는 "어제 9시부터 새벽 1,2시에 나간 사람이 40명 가까이 된다"며 "이전에도 새벽에 50명 정도 있었고 어느정도 매출이 회복된 것 같다"고 말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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