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주총 확산..재계는 '3%룰' 첫 적용에 긴장
전자투표제는 '뉴노멀'..상법 개정에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 기업 촉각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계의 주주총회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언택트(비대면)가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전자투표제가 일반화된 것은 물론, 올해부터 온라인 생중계도 적극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올해 주총에서는 지난해 바뀐 상법 개정안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대한 '3% 룰'이 첫 적용되면서 기업들이 주총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전망이다.
입김 커지는 '동학개미'…전자투표제 확산, 온라인 생중계도
200만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17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오프라인 주주총회를 여는 동시에 처음으로 온라인 생중계 방식도 병행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하고 최근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주총을 온라인으로 병행할 것을 권고했고, 삼성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200만 동학개미'들의 주총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주주들은 별도로 마련된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중계 참여를 신청하고, 안건별 질문을 사전 등록할 수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내달 7일 오전 9시부터 16일 오후 5시까지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시스템'(http://evote.ksd.or.kr)에서 진행될 전자투표 방식도 상세히 안내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2개 전 계열사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총 병행 여부도 검토중이다.
SK그룹은 이미 SK텔레콤이 지난해 온라인 주총을 병행한 데 이어 올해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온라인 주총 도입을 고려중이다.
다음달 12일 주총이 잡힌 포스코도 주총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월 하순에 일제히 주총을 여는 LG그룹은 비대면 방식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LG전자와 ㈜LG 등을 비롯해 13개 상장 계열사가 일제히 주주총회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지난해 LG화학과 로보스타가 먼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올해 3월 주주총회부터는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상사 등 11개 상장 계열사들이 추가로 전자투표를 실시한다.
업계의 한 관계는 "최근 환경·사회와 더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가 비대면 주총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3% 룰' 첫 적용…긴장하는 재계
올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주요 안건은 사내·사외이사 선임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달 임기 만료 예정인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사내이사 3인의 연임이 이번 주총에서 확정된다.
포스코도 이번 주총에서 최정우 회장의 연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2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 안건이 상정된다.
계열 분리되는 가칭 ㈜LG신설지주는 LG상사·LG하우시스·LGMMA·실리콘웍스·판토스로 구성되며 이번 주총을 통과하면 5월1일자로 신설 지주사가 출범한다.
LG전자는 캐나다 자동차부품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 설립 승인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룬다. 안건이 승인되면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오는 7월 공식 출범한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 바뀐 상법 개정안 적용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감사위원을 뽑을 때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다시 선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무조건 이사와 별도로 분리 선출해야 한다. 이 때 의결권은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각각 3%씩 부여되고, 사외이사를 겸하지 않는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재선임을 앞둔 기업들은 이사 선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놓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별도 상정돼 있다.
또 현대자동차, LG전자, ㈜LG, LG유플러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가스, 롯데케미칼, 현대중공업 지주 등 주요 기업들도 올해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재계는 일단 당장 감사위원 선임 문제로 경영권이 위협받게 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이 취약한 기업 등은 과거 SK의 소버린 사태나 현대차 엘리엇 사태처럼 외국계 투기 펀드 등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될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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