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대금 19억 횡령..박훈 전 보이런던 대표 집행유예 3년

"범행기간 1년6개월, 피해금액 거액..죄질 불량"
같은 혐의 김갑기 전 대표는 '무죄'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박종홍 기자 =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패션기업 보이런던코리아의 박훈 전 대표(52)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갑기 전 대표(69)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박 전 대표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47회에 걸쳐 밀수출한 의류판매대금 총 19억3260만원 상당을 개인계좌로 송금받아 회사에 지급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해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범행기간이 1년6개월에 이르고 피해금액이 19억원이라는 거액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 박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분을 각 50%씩 보유한 회사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돈 중 일부는 연예인 마케팅 비용, 외부 디자이너 격려금 등으로 지출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횡령금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표가 개인 지출로 회사를 위한 홍보활동을 했다는 사정은 인정된다"면서도 "회사 홍보비로 사용한 품목이 어떤 것인지 특정할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박 전 대표가 지출한 홍보비가 공소사실의 횡령 금액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대표는 2014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1회에 걸쳐 밀수출한 의류판매대금 총 6억3684만원을 개인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아 보관하다가 개인적으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관련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계좌에 대한 관리·지배권이 오히려 김 전 대표가 아닌 피해자 회사 또는 박 전 대표에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24회에 걸쳐 중국 등지에서 의류판매 대금 8억7341만원을 자신 명의의 중국소재 계좌로 송금받은 다음 회사에 지급하지 않고 개인용도로 임의소비해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회사 대표이사인 박 전 대표로부터 물품대금을 회사 대신 수령해 중국 관련 사무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보이런던코리아는 영국 패션브랜드 보이런던의 세계 상표권을 보유한 회사지만 현재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회사가 보이런던코리아와 보이런던인터내셔날로 양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박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36억원 상당의 보이런던 의류를 중국에 밀수출한 혐의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공동추징금 57억원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