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만세" 외친 사회 교사 42년 만에 '무죄'

A씨 '반공법 위반' 혐의 1979년 징역 1년·집행유예 3년
경주 법원 "불법구금 상태 증거능력 없다" 판시

42년 전 술에 취해 "김일성 만세"를 3차례 외쳤다는 이유로 체포돼 억울하게 처벌받은 전직 사회교사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대구지법 경주지원이 지난달 27일 지금은 폐지된 '반공법' 위반 혐의로 1979년 처벌을 받은 A씨 유족이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민변에 따르면 A씨는 1979년 8월 3일 동네 주민들과 술을 마시던 중 "김일성 만세"를 3차례 외쳤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A씨는 술을 마시던 당시 "나는 대통령하고도 친하고 김일성하고도 친한데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나를 죽이려는 사람은 나와 보라. 김일성을 지지하면 어떤가"라고 외치면서 두 손을 높이 들고 "김일성 만세"라고 세 차례 큰 소리로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월성군(현 경주시)의 한 중학교 사회담당 교사로 재직했지만, 가정불화 등의 이유로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 저녁 A씨는 자신의 집에서 경주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에게 반공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그는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일주일간 불법 구금돼 고문을 당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 "술을 마신 사실은 기억하지만 '김일성 만세'를 외친 사실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참고인 대부분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원은 일부 목격자의 진술을 근거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로 A씨는 교사직을 박탈당했고, 고문 후유증으로 왼쪽 귀 청력마저 잃으면서 극심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린 끝에 2005년 지병으로 숨졌다.

A씨 유족은 2019년 6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6월 재심을 시작했다.

재심이 시작된데는 가족들이 당시 대구지검에 제출한 탄원서가 불법구금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은 A씨가 20일 넘게 구금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배우자는 구속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는 내용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었다.

법원은 7개월간의 심리 끝에 "피고인의 자백진술이 영장주의 원칙에 반해 이뤄진 불법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A씨가 '김일성 만세'를 외친 행위가 진의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며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논평을 통해 "피해자 중심적 접근으로 인권침해를 적극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의미 있는 판결을 환영하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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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CBS 문석준 기자] pressmoo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