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 군 강경대응에도 시위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IsHappeningInMyanmar)’.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군경이 시민을 향해 새총·고무총을 발포하고 곤봉 구타를 자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지 11일째인 16일, 주요 도로에는 더 많은 병력이 배치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군경의 강경대응에도 시위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전날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고무총과 새총을 발포해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날이 밝자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시민들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나와 그의 석방을 요구했다. 양곤에서는 미국 대사관 앞에 시위대가 모여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만달레이 외국어대(MULF) 학생들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호소글을 8개 국어로 제작해 세계에 미얀마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군의 대응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SNS에는 전날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1000여명의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시위대를 향해 새총을 쏘는 군인부터 트레이닝복을 걸쳐 입은 ‘사복 군인’이 고무탄 총으로 추정되는 장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위와 무관한 민가에도 고무총을 발포했다”, “군인들이 비무장 평화 시위대를 노예처럼 대했다”, “사복 차림의 군인이 궁지에 몰린 시위대와 여성을 향해 발포했다”는 등의 글도 올라왔다. 군이 실탄을 사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SNS에는 시민들이 다리와 이마 등에 고무탄이나 새총을 맞고 피 흘리는 사진들도 게재됐다.
폭력 진압에도 시위가 계속되자 군부는 또 다시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는 전날에 이어 16일에도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인터넷이 차단됐다고 전했다. 은행 등을 포함해 여러 기업이 근무를 시작하는 오전 9시가 되자 인터넷 접속이 다시 이뤄졌다. AFP통신은 군부가 심야에 쿠데타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기습 체포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전했다. 양곤 시민 윈 툰은 AFP에 “우리는 잠을 자지 않고 군경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쿠데타 후 처음으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군부는 선거를 다시 열어 승리한 정당에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며 “시위대가 불법을 저질러 평범한 시민들이 위험에 처했고 경찰관이 부상을 입은 뒤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수지 고문이 국가 자연재해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위반 혐의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수출입법 위반으로 기소된 수지 고문의 가택 연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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