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인가 권언유착인가..MBC-헤럴드경제 소송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결렬, MBC "신뢰도 타격" 민사소송 예고
헤럴드경제 "권언유착 의심, 우리만의 독단적인 것 아냐" 반박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검언유착인가 권언유착인가. 지난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던 채널A 사건이 MBC와 헤럴드경제의 소송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12월16일 '“검언유착 수사팀 제보자 통화기록 은폐” 증언' 기사와 지난 1월5일 '단순 오류? 고의 누락?…檢 '검언유착 의혹' 통화내역 오락가락' 기사에서 “'검언유착' 사건의 피해자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채널A 이동재 기자로부터 협박당하기 전인 2020년 2월 MBC 관계자와 제보자X로 불리는 지모씨 사이 통화기록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채널A 기자와 지씨가 처음 통화한 것은 2월24일로 그 전에 MBC와 지씨 사이 검언유착 의혹을 논의했다면 (이동재 측)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전기획설'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MBC는 '검언유착' 사건을 사전에 기획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1월10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MBC는 언론조정신청서에서 “검언유착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인 2020년 2월 지모씨는 MBC PD수첩 소속 제작진과 다른 프로그램 취재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지씨가 MBC측에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관련 제보를 처음 한 것은 2020년 3월7일이었음이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며 지씨와 PD수첩 PD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두 사람은 PD수첩 '검사범죄 2부작' 편 제작과정에서 알게 됐고, 이후 사모펀드 3부작 방송을 준비하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지씨가 PD수첩 PD에게 채널A 기자 건을 제보했고 PD가 해당 사안을 보도국에 넘겼다는 게 MBC의 설명이다.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시점은 2월14일이고 이 전 기자와 지씨가 만난 시점은 2월25일이다.
MBC는 헤럴드경제 보도를 가리켜 “MBC 보도로 촉발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이 실제로는 MBC의 기획 하에서 조작된 사건이었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해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헤럴드경제 보도 이후 많은 언론이 이를 받아쓰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는 조정신청 답변서를 통해 “정정 보도란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는 것인데 MBC는 기사 내용 중 오보가 있으니 고쳐달라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암시하고 있으니 정정보도를 내라'는 것으로, 이것은 정정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MBC의 '검언유착' 보도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라는 것과 같다”며 정정 보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는 “이 (권언유착) 의심은 헤럴드경제의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수 많은 언론사와 정치권,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 등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헤럴드경제는 또한 “'조작된 사건이었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했다'는 신청인의 주관적인 이유만으로 정정보도를 하고, 배상금을 지급한다면 언론의 정당한 정보전달 행위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우리 보도는 '검찰 수사팀이 누락했다'는 은폐 의혹을 다루고 있는 것인데, 신청인이 나서서 '통화한 당사자가 따로 있으니 오보'라는 주장을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사안이 '검언유착'인지, 아니면 반대로 '권언유착'인지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언론 보도 역시 엇갈리고 있다. 우리 보도에서는 통화한 당사자가 기자라고 단정하고 있지도 않다”며 기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 최근 결렬되었고, MBC는 민사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검언유착' 당사자로 지목받았던 한동훈 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는 지난 15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채널A 사건에 대해 “권력을 가진 쪽에서 벌인 공작과 선동이 상식 있는 사람들에게 막혀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널A 노동조합과 기자지회는 이동재 전 기자가 구속된 지 20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지난 3일 공동성명에서 “재판과정에선 '검언유착'의 실체가 허위였음이 드러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의 보도와 정치권의 일방적 몰아세우기로 이동재 기자는 물론 채널A의 명예도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4일 성명에서 “핵심 증인인 '제보자X'의 증인채택이 불발되고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작성자로 알려진 강 모 기자의 소재파악이 안 되는 등 재판은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검언유착 공모 정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동훈 검사장의 잠긴 휴대폰도 아직 열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 인물이 풀려나고 증인들은 불출석하는 등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지난달 29일 강요죄 공동정범 등 혐의로 고발된 홍성규 채널A 전 사회부장과 배혜림 전 법조팀장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을 두고 “봐주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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