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당 후보 조직 매수' 안호영 의원 친형 등 '무죄'

재판부 "건넨 1억3000만원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어"

지난 20대 총선 당시 경선에 탈락한 상대당 후보 조직을 매수한 혐의로 기소된 안호영 의원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은 전주지방법원 전경/뉴스1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지난 20대 총선 당시 경선에 탈락한 상대당 후보 조직을 매수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피고인들이 상대당 후보 조직에게 건넨 1억3000만원을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한 정치자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게 무죄 선고의 주된 이유였다.

전주지법 제3-1형사부(부장판사 최종원)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1)와 B씨(54)에 대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과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2명은 당시 안호영 의원 선거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A씨는 안 의원의 친형이기도 하다.

A씨 등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완주·무주·진안·장수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상대당 C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돈을 주고 안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2016년 4월4일부터 이틀 동안 C후보 측 캠프 참모였던 D씨(50)와 E씨(51) 등 2명에게 3차례에 걸쳐 1억3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건넬 당시 C 후보는 경선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검찰은 이들이 비록 상대당 후보지만 수십년 동안 완주군 지역에서 지지기반이 있었던 C후보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 일명 ‘매수작업’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안 의원은 전체 선거구 유권자의 54%에 달하는 완주군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었다.

이후 E씨 등은 안 의원을 도왔으며, C후보 또한 안 의원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A씨 등에게 돈을 받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E씨는 총선이 끝난 그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등이 건넨 1억3000만원을 정치 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A씨 등이 지급한 돈은 안호영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될 자금이었을 뿐 상대당 후보 측을 매수하기 위해 쓰인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당심에서 조사한 증인들도 1억3000만원이 선거캠프를 위해 사용될 돈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정치자금을 받은 E씨가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한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받은 돈도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hada072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