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지휘부 무죄'가 세월호 참사 면죄부? 도넘은 법원흔들기

김종훈 기자 2021. 2. 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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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법원, '세월호 구조실패 원인은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 해경조직의 역량부족' 판단
김석균 전 해경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법원이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여권에서 "사법정의는 어디 있나", "면죄부 판결" 등 비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판결이 또 다시 정치이슈, 판사 신상공격 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판결을 도덕의 문제로 재단하려는 이같은 태도가 '사법부 흔들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지난 15일 김 전 청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해경이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준 구조능력, 지휘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노출됐고 피고인들이 최선의 결과를 낳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세월호 사고의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음은 물론 유가족들, 나아가 사고 진행과 그 후의 수습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에게도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안겼다"고 했다.

"면죄부를 줬다"는 여권 지적과 달리 이들에게 세월호 구조실패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선장은 먼저 탈출, 현장에선 혼란·허위보고…"지휘부, 구조작업 믿었을 것"
피고인들에게 세월호에 탑승한 많은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구조지휘 실패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형사 책임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내대기 방송을 내보낸 뒤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해경 통신장비 미흡으로 인한 교신오류 △해경 현장보고·지휘체계 상의 혼란 △대형 선박사고에 대비한 훈련부족 △세월호 선체 내부의 문제 등이 구조실패를 부른 원인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장 이준석씨는 사고 초기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하면서 "승선원들에게 라이프자켓을 입고 대기하라고 했다",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발언했다. 승객들을 즉시 퇴선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씨와 선원들은 승객들은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내보냈고, 먼저 도착한 경비함 123정을 타고 세월호를 탈출했다. 자신들이 세월호 선장, 선원이라는 사실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를 지적하면서 재판부는 "만약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과 직접 교신해 승객들을 비상갑판 등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더라도 선장과 선원들은 이를 묵살하거나 이미 탈출방송을 실시했다고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23정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123정 승선원들은 대형 선박사고 대처에 필요한 구조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다. 통신도 원활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김경일 전 123정장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세월호와 교신 시도를 포기했다. 또 실제로 퇴선조치를 하지 않았으면서 "승조원을 세월호에 승선시켜 퇴선을 유도하겠다"는 상황보고를 올렸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조세력조차도 대부분의 승객들이 선내방송에 따라 퇴선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순히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지는 못했다"며 "피고인들도 인명구조 경험과 진도VTS, 구조세력들의 보고를 토대로 선장과 선원들에 의해 대피, 퇴선조치가 이뤄져 이에 따라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바다에서 구조하라" 지휘부 지시 불이행한 123정장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해경 지휘부는 123정에 "고함을 치거나 마이크를 사용해 배에서 뛰어내리게 해 바다에서 구조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는 오전 9시59분쯤으로, 세월호 5층 갑판을 사용한 탈출이 가능했던 시점이다. 그럼에도 김 전 정장은 탈출방송을 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재판부는 "해경조직이 대형 인명사고에 대비한 물적 및 인적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사정을 들어 해경 지휘부인 피고인들에게 조직의 상급자로서 관리책임에 대한 질책을 하는 것을 넘어 세월호 참사의 구체적 구조업무와 관련한 형사책임을 묻는 업무상과실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법원 "이제는 알지만…최선의 지휘 아니었다고 해서 처벌 안 돼"
재판부는 사고 이후 밝혀진 사실과 가능성들을 근거로 현장지휘자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 후 수년에 걸쳐 다방면의 연구가 이뤄짐에 따라 사고상황을 시각별로 복기한 결과 승객구조를 위한 이른바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 실현됐더라면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던 여러 조건들을 추정해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수난구호업무와 같이 위험성이 내재된 업무수행 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특수한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사태의 발생까지 예상하고 대비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재판부는 세월호가 구조불량, 과적 문제로 급격하게 침몰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사고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피고인들이 사후적으로 평가했을 때 최선의 방법으로 지휘를 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요 사건 판결 때마다 재판부 공격…"사법부 길들이기" "대법원장 뭐하나"
여권에서 판결을 정치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집회 허가나 김경수 지사·정경심 교수 실형 판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유죄 판결 때도 여권은 판결을 문제삼았다. 이를 놓고 판결을 넘어 재판부를 직접 공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러한 비판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탄핵소추가 가결되자 더욱 높아졌다. 법원 내부에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판결에 대한 유의미한 비판보다 재판부에 대한 비난부터 앞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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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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